'신선 난자' 연구 규제 이번엔 풀리나

입력 2016-11-06 18:32   수정 2016-11-07 06:35

현장에서

황우석 사태 후 첫 토론회
의료계·종교계 입장차 여전



[ 조미현 기자 ]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비(非)동결 난자 사용을 허가해달라.”(이동률 차의과대학 의생명학과 교수)

“비동결 난자를 사용할 경우 여성의 수단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생명윤리정책 토론회’에선 비동결 난자 연구 허용을 둘러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비동결 난자란 여성의 몸에서 얻은 얼리지 않은 성숙 난자(신선 난자)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동결 난자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미성숙하거나 수정에 실패해 폐기 예정인 비동결 난자는 활용이 허용된다.

신선 난자 연구 허용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이뤄진 것은 황우석 사태 이후 10여년 만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난자나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국가에서는 난자 및 배아 종류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연구 목표와 수행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돈?하고 이를 엄격하게 감독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하정옥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책임연구원은 “임신이 절실한 난임 여성에게 난치병 치료를 위해 고통받는 타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신선 난자 제공 동의를 구하는 것 자체가 자율적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연구계와 종교·여성계의 시각차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회가 의미 있는 것은 그동안 금기시했던 신선 난자 연구 허용에 대한 고민을 우리 사회가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이 올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를 승인하는 등 영국 등은 불치병과 난치병 극복을 위해 배아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라고 소개한 한 방청객은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 규정이 엄격하게 수립됐다”며 “자체 검열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했다. 무조건 연구를 막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허용하고 어떻게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10년 동안 얼어붙은 국내 배아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을 방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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