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된 금융 CEO 인사…기업·우리은행 촉각

입력 2016-11-06 19:03   수정 2016-11-07 08:35

'최순실 사태' 영향으로 청와대 등 입김 약해져
연임이나 내부 발탁 분위기…관료 출신 약진 가능성도



[ 김은정 기자 ]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이 연말연초 금융권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행장 임기 만료를 앞둔 기업은행과 30% 안팎의 정부 지분 매각이 추진되는 우리은행 등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 또는 후임 인선이 큰 관심거리지만 최근에는 ‘흐름을 종잡기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돼 후임에 대한 관심이 많다.


금융권에서는 혼란에 휩싸인 청와대와 정치권 입김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정피아(정치인+마피아)’보다는 연임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관피아(관료+마피아)’도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KB금융지주 회장직과 국민은행장직 분리’ 지적은 최근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현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때 청와대 수석 출신 인사가 국민은행장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연말 이후 국민은행장직이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윤 회장의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현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은행은 앞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감사로 내정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 51% 가운데 30%가량을 매각하는 작업이 추진되는 우리은행장 자리도 내부 경쟁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영화에 성공하면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동건 영업지원본부그룹장, 남기명 국내그룹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전직 관료 출신 등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잠잠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민영화된 우리은행에 관료 출신 등이 ‘낙하산’으로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 후임도 외부보다는 내부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최근 연임 가능성도 다시 나오는 가운데 박춘홍 전무와 김도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 이상진 여신운용그룹 부행장, 유석하 IBK캐피탈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면 청와대가 결정하는 자리여서 금융관료 출신이 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에 내정되는 등 최순실 사태로 관료 출신의 운신폭이 더 넓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차기 금융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연쇄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권 CEO 인사에 외풍이 차단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 등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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