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미얀마로 달려가고 있다. 경제 개방 이후 빠르게 늘고 있는 외국인 투자와 맞물려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서다. 점차 국내 기업의 현지 투자가 확대되면 국내 금융회사에 또 다른 영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미얀마 양곤에 한국계 은행 최초로 양곤 지점을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2013년 미얀마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했고, 3년 만에 현지 금융당국의 영업승인을 받아 이번에 지점을 열게 됐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개점식에서 “앞으로 한국계 기업의 미얀마 진출과 양국 간 무역 등 경제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더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역시 미얀마 정부에서 첫 해외법인 설립인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의 1호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다음달부터 농민과 서민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주로 할 예정이다. 앞으로 은행업으로까지 영업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미얀마에서 소액 대출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경쟁 은행에 비해 글로벌 사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 痼?창출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국내 은행 중 미얀마에 가장 먼저 공들인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2014년부터 이미 미얀마 현지에서 소액 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우리카드도 최근 미얀마에 진출해 본격 영업을 앞두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도 잠재 고객 규모가 큰 양곤과 바고 지역을 중심으로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 IBK캐피탈은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 인허가를 받아 농업 관련 구매 자금과 학자금 등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미국 금융회사인 웨스턴 유니온은 지난 6월 미얀마 현지 은행과 협력해 해외 송금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얀마에서는 2013년부터 해외에서 미얀마로 송금하는 결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해외로 송금하는 결제 서비스는 제한돼 있었다. KOTRA 관계자는 “지난 5월 미국 재무부가 미얀마 경제 제재를 추가로 완화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금융 제재가 풀렸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 금융회사들도 미얀마에서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500만명의 미얀마는 풍부한 저임 노동력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2012년 이후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7~8%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8%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4월 문민정부 출범 후에는 외국인 투자가 집중될 정도로 국제사회의 관심도 크다. 미얀마 정부도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같은 미얀마의 고성장세는 해외 금융회사들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가 어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시장에 인접해 있어 생산기지로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진출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게다가 미얀마에서는 개인·기업의 금융 서비스 이용률이 아직 낮다. 금융회사에 계좌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10%대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얀마에서는 중소기업 자금 조달의 약 80%가 개인 저축이나 개인간 대출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만큼 금융 부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나친 쏠림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얀마가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금융회사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특정 지역에 진출이 집중되면 자칫 하다간 국내 금융회사간 제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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