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최순실 리스크'] 한국 부도위험 열흘 만에 14% 급등…외국인 투자자 이탈 조짐

입력 2016-11-07 17:24  

'빨간불' 켜진 대외 신용도

삼성전자·현대차 등 CDS 프리미엄 '껑충'
노무라 "최순실 리스크로 성장률 떨어질 것"
국정공백 장기화땐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



[ 황정수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마련된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시 집무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황건일 국제금융정책국장 등 기재부 국제금융 담당자들은 2시간 동안 임 후보자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최순실 사태’ 등으로 국내외 경제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임 후보자가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현미경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히 보고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커지는 국가 부도 위험

임 후보자와 기재부 관료들이 내린 결론은 한국 경제의 대외신용도가 ‘위기 상황’이란 것이다. 최근 대외 지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한국의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순실 리스크가 본격화된 지난달 24일 이후 이달 4일까지 14.4% 급등했다.

이 기간 미국(-1.7%) 일본(-1.2%) 영국(-0.8%) 등 주요 선진국의 부도위험은 낮아졌고 중국(6.1%) 인도네시아(7.5%) 등 신흥국의 상승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검찰 수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내 간판 기업들의 부도위험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롯데쇼핑 등의 CDS 프리미엄은 최대 7.0% 급등하며 애플 도요타 등 부도 위험이 낮아진 글로벌 경쟁기업과 다른 행보를 나타냈다.

미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고조, 12월 미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외 불안요인에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내 정세 혼돈이 실물경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주식 파는 외국인

한국 증권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주식과 국채를 각각 4651억원, 533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선물 누적 순매도 규모도 2만3092계약을 기록했다. 7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2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이날 최순실 사태 여파로 한국의 단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지출을 축소시?것”이라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 0.7%에서 4분기 0.2%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스캔들’로 한국 정부의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어 내년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 관계자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외국인 투자자가 급격하게 국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나가는 것”이라며 “지난주부터 외국인 매매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평사 “모니터링 중”

역대 최고 수준인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2’로 유지했지만 시장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이 길어져 경제 리더십 실종으로 인한 정책 공백이 장기화하고 기업들의 생산 투자가 위축되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디스 등은 이미 구조개혁 부진, 정치적 리스크 등을 강등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글로벌 신평사에서 직접적으로 최순실 사태에 대해 문의해온 적은 없다”며 “하지만 신용등급 평가에 ‘정치 상황’과 관련된 내용도 들어가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CDS 프리미엄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채무불이행(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 부도 위험이 커지면 CDS 프리미엄이 오르고 낮아지면 떨어진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인데 부도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데 들어가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가 CDS 프리미엄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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