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美선택] 현대·기아차, 미 대선 결과 촉각…누가 돼도 '난감'

입력 2016-11-08 15:19   수정 2016-11-0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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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트럼프·민주당 클린턴 모두 보호무역 강화 예고
"관세 장벽 현실화 가능성 높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 낮아 타격 불가피



[ 안혜원 기자 ]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 강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미(對美) 통상환경이 현재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될 회사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꼽힌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각각 76만1710대와 62만5818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18%와 25%에 이른다.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모두 수위는 다르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미국 대선 이후 현대·기아차의 대미 수출 환경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한미 FTA 수정,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멕시코에 대한 관세 장벽이 강화된다면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차의 타격이 불가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멕시코가 세계 4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만큼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분 80%를 수출할 예정이다. 특히 북미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무관세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 모두가 NAFTA 수정·보완을 얘기하고 있고, 특히 트럼프는 35%의 고율의 관세 부과까지 주장하고 있다"며 "미 대선 이후 관세 장벽에 대한 가능성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활용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 장벽 강화에서 더 나아가 북미 외 지역 수출에 대한 관세 부활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이후 승용차 무역 흑자가 2011년 83억달러에서 지난해 163억달러까지 늘어났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 수지 적자(2015년 283억달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차기 미 대통령이 관세 부활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미국 생산 비중이 낮은 현대·기아차의 관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36%다. 미국 시장 평균인 79%를 밑돌며, 특히 기아차의 현지 생산 비중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문용권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고질적인 교역 적자에 따라 차기 대통령은 무역 조건을 재협상하라는 여론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국내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대선의 결과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선 이후 관세가 부활한다 하더라도 의회 승인 등 다양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대선 결과를 지켜본 다음 대응책 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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