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리움' 개발 아이들상상공장
생생한 바닷속 표현 위해 다큐멘터리만 수십편 봐
코엑스 아쿠아리움 '단골'
경쟁없는 '착한 게임' 입소문…글로벌 400만 다운 돌파
[ 유하늘 기자 ] 산호석과 물고기를 키우는 아기자기한 게임이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아이들상상공장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어비스리움은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와 함께 ‘힐링 게임’으로 알려지며 출시 석 달 만에 국내 100만, 글로벌 400만다운로드를 넘어섰다.
게임을 켜면 연보랏빛 산호석 하나가 보인다. 화면을 반복적으로 누르면 생명력 점수가 올라간다. 획득한 생명력을 이용해 산호석과 물고기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물고기들이 바닷속을 노니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게 이 게임의 묘미다.
건설회사를 다니던 김상헌 대표는 2014년 4월 아이들상상공장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예전부터 쭉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싶었다”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嫄銖求?함께 회사를 꾸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작품은 개인용 일정관리 앱인 퀘스트였다. 퀘스트는 일정관리에 캐릭터, 아이템, 스테이지 등 게임 요소를 넣은 독특한 앱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 처음엔 기획만 맡았지만 나중에는 일손을 돕기 위해 독학으로 코딩까지 익혔다”고 말했다.
퀘스트가 인기를 얻자 “퀘스트에 나오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게임을 만들어달라”는 이용자의 요청이 빗발쳤다. 이를 수용해 같은 해 8월 내놓은 역할수행게임(RPG) 탭퀘스트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최고 20위까지 오르며 주목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래를 주인공 삼아 바닷속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게임을 구상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바닷속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수십 편을 보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드넓은 바닷속을 모두 구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대신 지금과 같은 산호석 주위를 꾸미는 게임을 제작했다.
지난 7월 출시된 어비스리움은 1주일 만에 한국 미국 일본 등 애플 앱스토어에서 첫 화면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인기 비결은 게임 밑바탕에 깔린 ‘힐링’ 코드다. 김 대표는 “물고기를 잘못 키워도 죽거나 능력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등 일부러 경쟁 요소를 배제했다”며 “회사생활을 하며 긴장감에 지친 사람들이 퇴근길에 마음놓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 비결 같다”고 말했다.
요즘 김 대표는 다음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다”며 “슈퍼마리오나 젤다의전설처럼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이름만 들으면 아는 게임을 내놓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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