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계, 재계, 금융계 전반에 걸쳐 예기치 못한 구석구석까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큰 이슈였던 청년희망펀드로까지 불똥이 튀는 모습입니다.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한 광고 감독 차은택씨가 청년희망재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청년희망재단 이사회 보고 안건에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해 재단 출범 전까지 시범사업으로 문화콘텐츠 관련 강좌를 개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차씨가 기획하고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죠.
사실 청년희망펀드는 출범 초반부터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구설에 오르내렸습니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공익신탁형 기부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9월 국무회의에서 제안한지 닷새 만에 조성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서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들과 삼성·현대차·LG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기부 ?참여했습니다. 국무총리실과 고용노동부 등이 앞장서 기금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대기업 CEO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씩 기부금을 냈습니다. 이렇게 최근까지 모은 기부금만 14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기업들이 모금에 앞다퉈 참여한 건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라며 ‘기업 팔 비틀기’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준조세 논란과 함께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풀어야 할 청년 고용 문제를 국민 모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금융회사들도 이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회사 CEO들이 앞다퉈 기부금을 냈고,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독려하는 메일과 지시가 이어져 ‘강제 기부’ ‘강제 할당’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금융당국이 각 금융회사의 모금액을 일 단위로 확인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많았습니다.
청년희망펀드는 모금 과정뿐만이 아니라 부실한 사업 내용 관련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의원 측은 “최근까지 청년희망재단의 서비스를 받은 청년 구직자는 1만1305명인데, 취업자는 그 중 5%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희망펀드 규모에 비해 양도 질도 초라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출시 초기부터 예고됐던 일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재원을 어디에 쓸지, 얼마를 모금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일단 모금액부터 늘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내 은행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 단체 가입 할당이 내려와 지금까지도 매월 수십만원씩 기부금을 내고 있다”며 “‘관치 펀드’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순실 사태 관련 청년희망펀드 논란이 커지면 금융회사들이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또 심어주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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