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 있는 영남대와 서강대에서도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옛 대구대와 청구대를 통합해 설립한 영남대는 박 대통령이 법인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학이다. 서강대는 박 대통령의 모교다.
영남대 교수들은 지난 8일 ‘시국을 걱정하는 영남대 교수 일동’ 명의의 시국선언에서 “문제의 근원은 최순실에 있지 않다. 비선 실세를 걷어낸다고 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통치 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하야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비롯해 국정조사, 특검 실시 등을 요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 대학 전임교원 110여명, 비정규교수 60여명은 “영남대는 한때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몸담았던 학교다. 당시 최태민 일가의 부정과 비리로 대학이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본 기억이 있는 우리는 이번 사태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980~1988년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지내다가 입시부정 사건으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영 껜遊?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2009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종전 이사(설립자) 측인 박 대통령이 이사진 과반수를 추천했다. 때문에 지금도 박 대통령의 실질적 영향력이 있는 학교로 간주된다.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같은날 시국선언을 갖고 대통령 하야,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스스로 양심이 존재하는 인격체라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책임 있게 대통령직에서 즉각 물러나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는 지난달 26일 학생들, 이달 2일 교수들이 연달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나선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생 측은 “서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 국내 언론대학원 중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진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8시30분께 서강대 정문 앞에서 진행된 시국선언에선 “서강의 명예를 실추시킨 박근혜 대통령은 반성하라”는 구호도 나왔다. 앞서 서강대 재학생들도 박 대통령을 겨냥해 “선배님은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학가에선 “박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대학 구성원들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영남대와 서강대는 최근 총장이 재단과 갈등을 빚은 끝에 사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대학 모두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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