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 이계벽 감독 "한 달새 650만…충무로 입성 15년 만에 대박"

입력 2016-11-09 17:29  

국내 코미디 영화 흥행 5위

일본 원작 성장드라마로 각색…유해진 열연에 가족관객 몰려



[ 유재혁 기자 ] 지난달 13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럭키’가 9일 관객 648만명을 기록했다. ‘미녀는 괴로워’(661만명)에 이어 역대 국내 코미디 영화 흥행 5위다. 이번주에도 하루 4만~5만명씩 들고 있어 조만간 ‘미녀는 괴로워’를 제칠 전망이다.

이 영화는 킬러와 무명배우가 우연히 목욕탕에서 삶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2001년 ‘복수는 나의 것’의 막내 조감독으로 충무로에 발을 들인 이계벽 감독(45·사진)은 일본 영화 원작을 각색, 연출한 이 영화로 대박을 쳤다. 서울 내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뜻밖에 가족 관객이 많이 왔습니다.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를 훈훈하게 봐주신 거죠. 주인공들이 바뀐 인생에서 자신의 본업이 아니라도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주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은 로맨틱코미디 위주로 전개?원작을 성장드라마로 바꿔 각색했다. 킬러는 무명배우로 일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생활고로 자살하려던 무명배우는 킬러가 된 뒤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든 삶은 가치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청년실업자에게는 희망을 줬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맡은 유해진의 역할도 컸습니다. CGV가 관객에게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물어본 결과 1위를 했어요. 유해진은 관객을 편안하고 친근하게 해줍니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는 꾸밈없고 유쾌한 유해진의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의자나 탁구대 등도 뚝딱 만드는 그는 경험 많은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차승원이 남들 앞에 나서는 유형이라면 유해진은 조심스럽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스타일이란 점도 시청자가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게 했다는 평이다.

“저는 원래 킬러 역에 멋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제작사가 유해진을 추천했어요. 킬러의 성장드라마로 그리려면 유해진처럼 진솔하게 연기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해진이 잘돼 기쁘다는 댓글이 많습니다. 그는 ‘안티’가 없는 드문 배우예요. 인생을 잘 산 것 같아요.”

이 감독은 청주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애틀 노스게이트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비디오아트를 2년 공부했다. 귀국 후 2001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2005년 ‘야수와 미녀’로 데뷔해 180만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세 편이 줄줄이 제작 과정에서 무산되면서 차기작을 연출하기까지 무려 1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남쪽으로 튀어라’ ‘커플즈’ 등을 각색하면서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어요. ‘럭키’의 성공은 제가 관객과 동떨어져 있는 사람은 아니란 걸 확인해줬습니다. 그게 무엇보다 기뻐요. 연출 기회도 더 늘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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