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도 정치를 업으면 무조건 망한다

입력 2016-11-09 17:37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아이카이스트를 둘러싼 의혹이 끝도 없다. 검찰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170억원의 향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전남편 정윤회 씨가 이 회사를 통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3억원으로 2011년 창업한 스마트러닝 분야 신생 벤처에서 일약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아이카이스트 미스터리를 좇다 보면 피해가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한다. 정부 후광이 결국 독이 됐다는 점이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아이카이스트를 찾았고, 같은 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직접 시연했다. 정·재계 고위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찾는 기업이 됐고,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 등 정부가 주는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아이카이스트는 그 여세를 몰아 두바이와 싱가포르에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10조원, 100조원 등 조 단위 수출계약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영국 AIM(대체투자시장) 상장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김성진 대표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는 등 올해 초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AIM 상장도 분식회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정윤회 씨 동생인 정민회 씨가 팀箝ダ決뵈?싱가포르법인장으로 재직한 사실이 밝혀지고, 김 대표가 현 정부 실세가 후원자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비선 실세’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기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2013년 대통령 방문에도 청와대 개입설이 나돈다. KAIST와 공동 창업했다는 기업의 말로가 씁쓸하다.

정치가 기업을 ‘삥’뜯는 것도 개탄할 일이지만 기업이 정부 지원을 노리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것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대중 정부의 신지식인 사업에서 봤듯이 정부가 개입한 사례 치고 제대로 된 게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 장관 등이 방문한 기업은 꼭 사고 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벤처기업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사건은 또 얼마나 많았나. 최근엔 1조원 벤처신화로 불리던 모뉴엘 대출사기 사건까지 있었다. 수출입은행 등은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지금도 정책금융, 보증기금, 정부 R&D자금 등을 빼먹겠다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 정부지원을 노리고 정치에 접근하는 벤처기업 치고 성공한 예가 없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꼭 이 점을 유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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