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당혹스럽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2월 중 전면 파업 돌입을 예고하자 회사 측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노조 측이 당초 제시한 임금 인상률 37%를 고수하는 데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노조 측이 높은 인상률을 제시한 후 협상 과정에서 이를 낮춰가며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노조 측은 여전히 37% 인상안 관철을 주장하고 있다. 전략적인 협상 태도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초 노조가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데는 옆나라 중국의 높은 '몸값'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항공시장이 급성장했다. 자연히 조종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들에 이직을 제안하는 배경이다. 3억~4억원대 고액 연봉을 제시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의 평균 연봉은 1억4000여만원 수준. 중국 항공사들의 제시액은 2~3배가 넘었다. 지난해에만 46명의 조종사가 자리를 옮겼다. 노조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조종사 인력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 甄? 높은 연봉을 바라보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의 조종사들도 이직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직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가 분위기를 귀띔했다. "국내 항공사의 몇몇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고 합니다. 3~4년만 일해도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지원하다 보니 중국 조종사 인력시장도 포화 상태에 다다른 거죠."
이직이 어려워진 탓에 높은 인상률을 고수하는 측면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고연봉을 위해선 이직하는 게 빠르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게 됐다. 일종의 보상심리 때문에 사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높은 인상률을 계속 요구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면 파업을 앞두고 "임금협상에 전혀 타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회사에 대해 인내할 시간이 지났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요한 '외부 변수'였던 중국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이 바뀌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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