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영국·캐나다 뒤로 밀려
[ 이정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각국 정상들이 축하인사를 전하며 동맹과 우애를 확인하는 ‘전화외교’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당선이 확정된 뒤 트럼프 당선자와 각국 정상들 간 전화통화가 성사된 국가는 이스라엘, 멕시코, 이집트, 일본, 호주 등 9개국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일 트럼프와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거나 평소 스킨십이 없었던 정상들이 적지 않아 서둘러 구애에 나서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전화통화는 사전에 외교채널을 통해 통화 일정을 조율하는 만큼 통화 순서만으로도 외교적 함의(含意)를 담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 캐나다보다 일본, 한국 등과 먼저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가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불안해하는 동맹국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직후 CNBC에 출연해 “선거 과정을 지켜본 미국의 동맹국들은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내가 트럼프라면 가장 먼저 유럽과 아시아의 가장 친한 동맹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첫 통화를 한 정상은 미국의 전통 우방국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다. 1년6개월간의 미국 대선 기간 국경과 이민자 문제를 놓고 민감한 갈등을 겪었던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도 9일 밤 트럼프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건넸다.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도 10일 오전 트럼프 당선자와 15분간 통화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0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통화하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나눴던 긴밀한 관계를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날 “가능한 한 빨리 메이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며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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