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반도체업체와 기술협력, M&A 가능성 낮아져
[ 이진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반도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는 중국의 상승세를 저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의 반도체산업 진입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로 중국 반도체업체가 미국 반도체업체와 기술협력 또는 인수합병(M&A)을 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대중국 경제현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고 추격하는 중국 기업들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이미 미국 현지 오스틴 공장을 통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잠재적 위협요소인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막아준다면 삼성에게는 호재가 된다.
중국은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을 국가육성산업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과 기술격차가 커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IT기업 M&A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 2013년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체인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동시에 인수했다. 또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트럼프 취임 후에는 반도체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 이세철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아이폰7의 중국 판매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분야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자국 내 판매 비중 확대 및 반도체 탑재량 확대로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플래그십 제품에 6기가 D램 탑재를 늘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 업체들의 플래그십 제품 판매 증가는 모바일D램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진단했다.
세계 모바일D램 시장에서 8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바일D램 수요가 늘어나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용량 D램 탑재를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 내 불안감이 커졌지만 자동차 산업 등과 달리 전자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반도체 산업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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