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종로 내자동 로터리엔 긴장감이 흘렀다.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아선 경찰이 오후 7시 30분께부터 대치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사직·율곡로 행진을 허용했다. 내자동 로터리는 시민들에게 허용된 청와대 최근접점이었다.
경찰 차벽 앞에 막힌 시민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하나같이 비폭력을 외쳤다. 경찰도 시민들에 대한 자극과 충돌을 자제했다.
오후 10시께 충돌이 발생했다. 흥분한 한 시민이 경복궁역 2번 출구 방향에서 차벽 위에 올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떨어진다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어서 내려오라", "누구도 다쳐선 안 된다"고 외쳤다.
이후 차벽 위에 오르려는 시민이 나올 때마다 이를 만류하는 쪽은 경찰이 아닌 시민들이었다.
한 시민은 "당신들의 행동 때문에 폭력시위로 비칠 수 있다"며 "그게 저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은 "차벽에 올라가는 사람은 박근혜 편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청와대로 갈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평화시위를 주장하는 시민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차벽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한 시민은 "지금까지 얌전히 참고 지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일부 시민들은 사직공원 방면으로 우회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했다.
청와대 문턱인 이곳에서 경찰 차벽에 막힌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자하문로 일대를 봉쇄한 경찰 차벽에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귀가하던 주민들은 현장 경찰의 허가를 받은 뒤 비좁은 버스 사이를 통과해야 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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