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이 가계대출 못지않은 속도로 늘고 있다. 은행들 사이에서도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개 은행의 중소기업 여신 총액은 작년 말 329조653억원에서 올 10월 말 349조7431억원으로 20조6778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91조4174억원에서 83조4284억원으로 7조9890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작년 말 164조1691억원에서 지난달 178조1379억원으로 13조원 이상 증가했다. 10개월간 8.5% 증가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증가율(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관계자는 “생산과 투자를 늘리기 위한 대출이 아니라 자재비와 세금 등 운영자금을 빌리는 기업이 많은 게 문제”라며 “조선·해운 관련 협력업체 가운데는 빚으로 연명하는 데도 한계에 다다른 곳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枋?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45%에 이른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고위험 채무자 비중도 23%에 달해 임금근로자(15%)보다 월등히 높다.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 중인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만 대출을 선제적으로 축소하기도 어려워서다. 기존 대출을 축소하면 기업이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부실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차례로 전이되기 때문에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여신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