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 공포…금리·환율 급등

입력 2016-11-14 18:58  

국채금리 3년 만에 최대 상승…환율 나흘째 올라 1170원대

미국 인플레·원화 약세 전망에 기관투자가, 국채 투매 나서



[ 하헌형 / 이태호 / 심성미 기자 ] 국채 금리가 사흘째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지난 8일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한국 등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채권 매도세가 쏟아진 결과다. 원·달러 환율도 나흘째 강세(원화가치 약세)를 이어가며 달러당 1170원 선을 돌파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급등했던 지난 6월 말 이후 처음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02%포인트 급등한 연 1.610%에 마감했다. 1월28일(연 1.618%) 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로 금리가 급등했던 2013년 7월1일(0.110%포인트) 후 가장 컸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관망세를 보이며 금리가 소폭 상승 출발했으나 오후 1시 넘어 투매에 가까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10년 만기 국고채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0.123%포인트, 0.128%포인트 급등한 연 2.061%, 연 1.798%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를 넘어선 것은 1월28일(연 2.018%) 후 10개월 만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지난주만 해도 만기 5년 이상의 중장기 채권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이날 3년 만기 단기 채권까지 집중 매도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한 근본적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세금 감면과 대규모 재정 지출 정책이 미국 금리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제로(0) 금리에 실망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신흥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다음날인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2951%포인트 급등했다. 이런 우려 속에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는 최근의 급격한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이날 채권 투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는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7원10전 오른 1171원90전에 마감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4거래일 동안 40원 가까이 올랐다.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로 세계 금융자산이 달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오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1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5개월째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 금리가 다음달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국내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이태호/심성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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