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장벽 일부 울타리로
클린턴 다치게 하고 싶지않아
대법관은 낙태 반대론자 임명"
비서실장에 프리버스
온건보수 '의회파' 인물 지명
공화당 주류에 화해 메시지
강경우파 배넌은 수석전략가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70)의 차기 국정운영 스타일과 공약이행 구상 등에 대한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13일(현지시간) “취임하면 연봉은 1달러만 받겠다”고 말했다. 또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불법체류자 강제추방 문제와 관련해선 “범죄 경력이 있는 200만~300만명부터 나라 밖으로 추방하거나 감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초대 비서실장에는 ‘공화당 주류’로 분류되는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44)을 지명했다.
◆“멕시코 특정 구간엔 장벽 효과적”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미국 CBS 방송과 한 당선 후 첫 방송인터뷰에서 국정운영 방향과 공약 이행여부, 선거 후 혼란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연봉을 수령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연봉이 얼마인지조차 모르지만 그것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1년에 1달러 정도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자가 “지금 연봉 40만달러(약 4억7000만원)를 포기했다”고 말하자 “그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 대통령 연봉은 2001년 이후 40만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불법체류자 추방과 관련, “우리가 할 일은 약 200만명, 심지어 300만명에 달할 수도 있는 범죄자, 범죄기록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 거래상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며 “국경을 안전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정상화한 다음 누가 (미국에 잔류해도 괜찮은) 훌륭한 사람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전원 추방하지 않고 일부는 구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간 장벽 설치에 대해서는 “공화당이 제안한 대로 부분적으로는 장벽이 될 수 있고, 일부는 울타리가 될 수 있다”며 “특정 구간에 대해선 장벽이 훨씬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특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분명한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나는 그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좋은 사람”이라며 “다음에 매우 만족할 만하고 명확한 답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공석 중인 대법관 임명에 대해서는 “낙태에 반대하고 수정헌법 2조(총기소유권리 인정)를 수호할 수 있는 사람을 지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대 비서실장 기용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www.greatagain.gov)에서 백악관 지도부 인선내용도 발표했다. 프리버스 RNC 위원장을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에, 대선캠프 총괄 책임자인 스티브 배넌(62)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및 선임고문으로 지명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프리버스 비서실장 카드는 공화당 주류에 보내는 화해와 단합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비서실장 인선 문제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리스트에는 당 주류 쪽 인사인 프리버스와 ‘아웃사이더’이면서 강경 개혁파인 배넌, 그리고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올라 있었다. 모두 대선 승리에 공을 세운 주류 인사그룹과 강경보수그룹, 가족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프리버스 비서실장 카드는 공화당과의 화합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100일 구상 등 각종 공약을 추진하려면 상·하의원을 장악한 공화당 주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대선 공약 핵심인 일자리 창출(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대대적 감세,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은 공화당 지도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당 관료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막역한 사이인 프리버스가 최적의 카드로 꼽히는 이유다.
◆강경보수 배넌과 투톱 체제로
트럼프는 강경보수파인 배넌을 수석전략가 및 선임고문으로 지명하면서 “배년과 프리버스는 백악관에서 ‘똑같은 (힘을 가진)’ 파트너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업무는 프리버스에게 맡기지만 큰 그림 ?방향은 배넌과 상의하는 ‘투톱 체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쿠슈너는 트럼프 정부에서 직책에 관계없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의 조언자로 남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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