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뺀 생활형 전문지식…정보+공감의 힘
이용자가 먼저 찾는 신발 마니아·미국 전문가
[성공한 덕후의 시대]
① '트렌드 세터'가 된 덕후들
② 운동화 사이즈를 네이버에 묻는 이유
③ 화장, 뷰티 유튜버에게 배웠어요
④ 패키지보단 자유여행…여행시장 주무르는 덕후들
⑤ 유명해진 덕후의 선택, '파워블로거'와 '블로거지'
[ 박희진 기자 ] 궁금한 질문을 초록색 검색창에 한글자씩 입력할 때, 머릿속 질문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순간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궁금증과 고민을 검색창에서 해결하는 습관은 일상에 자리잡았다. 사소한 호기심에 대한 답부터 알짜 생활정보, 법이나 의료 분야 전문정보까지 없는 게 없다. 연애상담도 가능하다.
대다수의 답변자는 실명과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직업은 물론 학위와 전공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 못지 않은 신뢰와 인기를 얻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전문가라는 호칭 대신 '지식인'으로 통한다.
네이버의 지식인(iN) 서비스는 2002년 처음 시작됐다.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에 관한 지식을 아낌없이 나눈 지식인들이 14년간 서비스를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신발은 내 운명"…지식인 등급 1위 신발 덕후
초수, 고수, 지존, 절대신. 네이버는 지식인 이용자를 총 19개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오랜 기간 활발한 답변 활동을 한 이용자는 명예지식인으로 선정한다. 질문자들에겐 답변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척도를 제공하고 답변자들에겐 명예와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현재 지식인 등급 순위 1위는 운동화 전문가 '코비진스'다. 지식인 최고 등급인 '절대신'에 가장 먼저 오른 이용자이기도 하다. 지난 8일 기준 그가 남긴 전체 답변 수는 12만5800개, 채택 답변 수는 9만3900개다. 답변 채택률은 93.3%.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추천수는 4만개에 달한다.
'신발은 내 운명'이라는 곽지원씨(38)는 광주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넘게 코비진스라는 이름으로 매일 수십개의 답변을 남기는 원동력은 '뿌듯함'이다. 그가 하루에 지식인 답변을 남기는 데 쓰는 시간만 3~4시간이다.
곽씨는 "답변을 통해 마음에 드는 신발을 잘 구매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동화 사진만 보고 가품과 정품을 구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해외 직접구매와 구매대행이 증가하면서 곽씨를 찾는 이용자들도 늘었다. 지식인엔 코비진스를 지명해 운동화 정품 여부를 묻거나 특정 모델의 사이즈를 문의하는 글들이 많다.
일이 아닌 취미란 점에서 그의 답변은 오히려 신뢰를 얻는다. 수백켤레의 신발을 사모은 경험에서 나온 답변은 쇼핑몰을 홍보하는 광고성 글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여행자 공감하는 지식
공감은 지식인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자신의 질문에 누군가가 회답하고, 비슷한 질문을 갖고 있던 다른 이용자들이 답변을 추천한다.
용어가 어렵거나 설명이 복잡하지도 않다. 특정 분야를 잘 아는 친구가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미국 여행 및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나바호킴'의 답변 채택률은 100%에 가깝다. 추천수는 9만개로 전체 답변 수(6만6000개)보다 많다. 질문을 올리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답변에 도움을 얻고 공감한 이용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현지 정보를 전달한다. 공항 환승법부터 대중교통 이용법, 미국 여행 일정, 도시별 치안까지 미국 여행자나 거주자라면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것들이 많다. 여행책이나 여행 전문 사이트보다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생활밀착형 정보란 점에서 높은 신뢰를 얻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식인에선 나와 같은 질문을 갖고 있던 사람이 그 질문을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을 하는 嚥李?많다"며 "단순히 정보만 얻는 게 아니라 공감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지식인을 즐겨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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