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주사'로 둔갑한 췌장암치료제

입력 2016-11-15 18:26  

검찰, 처방전 없이 일반인에 주사한 젬백스 임직원 수사

의료법 위반 혐의
'면역력 증진·젊어지는 약' 국회의원 등에 공짜 제공 의혹도

검찰, 주사 장면 동영상 확보
회사 대표 "일부 직원 일탈일 뿐"
고발인 "대표 묵인없인 불가능"



[ 김동현 기자 ] 코스닥 상장 신약개발업체인 젬백스앤카엘 임직원이 회사 신약인 췌장암 치료제를 의사 처방 없이 일반인에게 투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신약은 1년 전 중증 암환자에 한해 국내 시판이 허용된 암치료제다. 회사 임직원은 일반인에게도 ‘면역력이 대폭 좋아지고, 젊어진다’며 신약 주사를 놓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등 사회 저명인사에게 공짜로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검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은 젬백스앤카엘 대표 등 일부 임직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 9월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회사 내부 관계자를 소환하고 있다.

처방 없이 일반인에게 투여한 신약은 ‘리아백스주’(GV1001·사진)다. 몸속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하는 항암치료제로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고, 지난해 11월 시판이 허용됐다.

검찰은 젬백스타워 5층에서 일하던 홍모씨가 일반인에게 리아백스주 주사를 놓는 동영상을 확보했다. 동영상에는 간호사 출신인 홍씨가 회사 사무실에서 일반인에게 직접 주사를 놓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는 동영상에서 “주말에 10~20여명이 사무실에 찾아와 주사를 맞았다”며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등 유명 인사도 이 주사를 맞으려 해 이들의 사무실에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발인은 “작년 12월부터 리아백스주 주사를 10여차례 맞았다”며 “젬백스 대표가 일반인이 맞아도 ‘면역력 증진에 좋다’ ‘젊어진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주사 가격은 한 차례에 50만~60만원 수준”이라며 “회사 로비력 강화를 위해 사회 유력 인사에게는 무료로 주사를 놔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젬백스앤카엘 대표가 간호사와 주사 투여를 공모한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김 대표는 “한국줄기세포뱅크에 제공한 리아백스주를 홍씨가 일부 빼돌려 주사를 놓은 것”이라며 “홍씨도 암 환자여서 자신이 주사를 맞고 일부 지인에게 놓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씨의 단독 범행일 뿐 회사 및 대표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얘기다. 고발인은 “김 대표의 주장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간호사와 대표가 과거 같은 병원에서 일해 오랜 친분이 있다”고 ?또杉? 검찰 관계자는 “기소 전이어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5년 상장한 젬백스앤카엘은 원래 반도체 오염물질 제어 필터 등을 주로 개발·생산하던 회사였다. 2008년 노르웨이 항암백신 개발전문 바이오기업인 젬백스AS를 인수한 뒤 바이오신약 회사로 변신했다. 한때 신약 기대감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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