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은 새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어린 소년으로 돌아갔다.
충무로에서 적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도 실제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인물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강동원은 그러나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소년 연기보다 상대 여배우와의 세대 차이(?)가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가려진 시간'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배우는 신예 신은수로, 열 다섯 살이다. 평소 강동원 팬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를 잘 알지도 못 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땐 아이돌 얘기가 아니면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은수가 첫 작품이다 보니 쑥스러움을 많이 타더라고요. 재밌게 해주려고 농담도 많이 했는데 너무 시크해요. 은수는 확실히 제 팬이 아니었죠.(웃음)"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사건 후 겉모습만 어른이 돼 돌아온 소년 성민과 그의 친구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민과 수린이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만큼 성민 역의 강동원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소녀가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신은수를 캐스팅한 건 모험이자 신의 한수였다. 엄태화 감독은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신은수를 두고 하늘이 내린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소녀 역을 캐스팅할 때 연기력보다는 매력있는 친구를 찾으라고 했어요. 어떤 아역은 어머니가 극성이어서 기계적으로 연기를 하거든요. 그게 스크린에서는 허용이 안 돼요. 큰 화면에 클로즈업 되니까 매력있는 친구랑 억지로 하는 친구랑은 차원이 다르죠."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 소년의 섬세하고 여린 감정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사형수, 초능력자, 사기꾼, 사제 등 다양한 캐릭터로 많은 변신을 꾀한 그이지만 순수한 소년의 얼굴로 돌아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스무살 역할 하기도 애매한 것 같아요. 그런데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감독님이 캐스팅했겠죠? 저에게 소년 같은 면이 보여서 좋다고 했어요. 열세 살 소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유괴범 같아 보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연기 감정선을 미묘하게 잡았죠."
강동원은 과거 '늑대의 유혹'(2004) 속 우산 장면과 최근 '검사외전'(2016)의 붐바스틱 댄스로 관객들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려진 시간'에도 오래 남길 만한 장면이 있을까.
"이번엔 그런 장면이 없을 것 같긴 하네요. 아, 머리 자르는 장면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요."
멜로보다는 휴먼에 가깝고, 불신의 시대에 믿음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영화 '가려진 시간'.
강동원은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라는 점 ㏏??출연을 결심했다.
"멈춰진 시간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부분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어요. 그게 바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죠. 상상 속에만 있던 것을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강동원, 신은수 주연 '가려진 시간'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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