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추억의 병영방문
[ 정지은 기자 ]
“나도 40여년 전 군복을 입고 이곳에 있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힘들었던 만큼 인생의 큰 자산이 됐으니까요.”
지난 15일 강원 양구군에 있는 백두산부대(육군 21사단)를 방문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감회에 젖었다. 이내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박 부회장은 “살아보니 아무리 어려운 일도 언젠가는 지나가더라”며 “힘든 순간에도 꿈을 꾸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절대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얘기에 몇몇 국군장병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백두산부대에선 한국경제신문사가 민·군 협력 모델인 1사1병영 캠페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한 ‘최고경영자(CEO) 추억의 병영 방문 행사’가 열렸다. CEO가 군 복무 시절 몸담았던 부대를 찾아서 현역 장병들을 만나 호흡할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사단가 부르며 특강 시작
박 부회장은 1973년 4월 군에 입대해 그해 6월 백두산부대에 배치됐다. 이후 1976년 3월까지 총 36개월간 군 복무를 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특강에 앞서 김혁수 21사단장(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부대를 둘러봤다. 3000만원의 위문금과 커피머신, 청소기, 도넛 등 위문품도 전달했다. 박 부회장은 “옛날에 비해 시설이 여러모로 좋아진 것 같다”며 “이렇게 40여년이 지나 후배 장병들을 만나러 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노래 한 곡 불러도 되겠습니까”라는 첫 마디로 특강을 시작했다. 특강 주제는 ‘젊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장병 250여명이 참석했다. 노래를 하겠다는 얘기에 장병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러다 “빛나는 동해바다 태양을 안고”라는 노래 구절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박 부회장이 부른 노래는 사단가였다. 장병들도 하나둘 따라불렀다. “씩씩하다 백두산부대”로 노래가 마무리되자 장 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주어진 위치보다 하나 위에서 생각하라”
그는 “군대 시절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해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좋아하는 일만 찾아다니는 것보다 지금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게 성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 사이즈 큰 모자를 쓰라(Wear one size bigger hat)’는 영어 관용구를 인용하며 “주어진 위치와 직급보다 하나 위에서 생각하라”고도 당부했다. 박 부회장의 특강이 끝난 뒤 김 사단장이 “지금 특강을 들은 장병들도 40여년이 지나 후 壅湧?격려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가져보자”고 말하자 “알겠습니다”라는 장병들의 다짐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양구=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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