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최고 35층 아파트로

입력 2016-11-17 18:52  

임대·분양 섞어 2692가구
서울시, 소셜믹스 방식 개발
6개 블록…임대는 1107가구

5년 갈등 끝내고 2018년 착공
창업지원센터·공동식당 조성
대모산쪽엔 친환경 저층단지로



[ 조수영 기자 ]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의 첫 단추를 끼웠다. ‘거주민 재정착’에 초점을 맞춘 아파트 2692가구 대단지로 재탄생될 전망이다. 같은 단지에 분양과 임대 가구를 함께 배치하는 ‘소셜믹스’ 실험도 시도된다.

◆4수(修) 만에 심의 통과

서울시는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개포동 567의 1 일대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안을 일부 수정 후 통과시켰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8월 이 안건이 상정된 뒤 네 번째 심사 끝에 통과 결정을 받았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각종 공공사업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을 위한 건설사업으로 생활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지금은 1100여가린?살고 있다. 목재, 솜 등을 이용한 비닐하우스, 판자촌 등이 대부분이어서 최근 5년 새 총 여섯 번의 화재가 일어나는 등 재해에 취약한 환경이다. 오·폐수, 쓰레기 등으로 생활환경도 열악한 상태다. 2012년 서울시가 미분할 혼용방식의 개발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강남구와의 견해 차이로 난항을 겪었다. 이후 2014년 12월 강남구의 100% 수용 사용 방식의 공영개발을 서울시가 수용하면서 사업이 재추진됐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개발사업의 우선 목표를 ‘거주민 재정착’으로 잡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에는 공공·민간분양 아파트 1585가구와 공공임대 1107가구 등 총 2692가구가 들어선다. 양재대로변에 자리잡은 두 블록은 고층으로 개발된다. 최고 층수 35층짜리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배후의 대모산과 구룡산 쪽은 산림경관과 조화되는 친환경 저층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구룡마을에는 분양과 임대가 함께 구성되는 ‘소셜믹스’ 방식이 도입된다. 총 6개 블록 가운데 4곳은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단지로 국민임대·영구임대·일반분양 아파트가 함께 구성된다. 나머지 두 블록은 전용 60~85㎡ 중소형 단지로 일반분양만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세대 간, 연령 간 다양한 계층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H공사 주도 공공개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내용의 고시를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구룡마을 개발 공공사업자로 지정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개발이익을 거주민 복지와 자립을 위해 현지 재투자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지원센터와 재활용센터, 마을공방, 공동작업장, 공동식당, 공공복합시설 등을 단지 내 설치할 예정이다. 마을카페, 공동체 텃밭, 도서관, 주민체육시설 등 다양한 주민공동이용 시설도 마련된다.

사업비는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9800억원가량이다. 거주민의 이주는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물권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실시계획 인가, 2018년 착공을 시작으로 2020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 단계에서도 자치구와 거주민, 토지주 등과 함께 논의해 사업 일정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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