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현금 줄게 쓰레기 다오'…AI 재활용 자판기 첫 선

입력 2016-11-20 09:14   수정 2016-11-21 07:36

캔, 페트, 병 투입 후 포인트 적립...2000포인트 이상 현금 전환
KAIST '휴보'의 3D 물체 인식기술 탑재…세계 최초 AI 적용





[ 이진욱 기자 ] 인공지능(AI)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이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면서 재활용품도 돈이 되는 시대를 예고했다. 앞으로 다 마신 음료 캔이나 병을 '네프론'에 투입하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벤처기업 수퍼빈은 18일 과천시민회관에서 AI 기반의 재활용 자판기 '네프론'을 공개했다. 과천시민회관에는 앞으로 4대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네프론'은 재활용 가능한 빈 병이나 페트병을 투입하면 품목별로 분류해 수거하고 현금으로 적립해준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네프론은 재활용품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누구나 재활용품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는 빈병 보증금만 한 해 600억원에 육박한다"며 "재활용 쓰레기 처리 과정을 자동화로 줄인 비용만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네프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네프론 기기에 캔, 페트, 병 등을 투입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100포인트는 현금 100원이다. 1000포인트 이상 적립시 현금 전환이 가능하고, 이후 1000포인트 단위로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네프론을 직접 시연해본 한 시민은 "쉽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서 환경까지 생각하게 됐다"며 "쓰레기가 돈이 된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 동네에도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프론은 인공지능 '뉴로지니'를 기반으로 폐기물의 종류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별한다. 뉴로지니는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뉴로제네시스(neurogenesis)의 줄여서 붙인 이름이다. KAIST 권인소 교수와 RCV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휴보'의 인공지능에서 발전된 형태다.



현재 독일,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재활용 자판기 보급이 활발하다. 한국은 아직 보급 초기 단계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점을 간파해 지난해 6월 수퍼빈을 창업하고 재활용 자판기 국산화에 매진했다.

수퍼빈은 권인소 KAIST 교수로부터 휴보가 3D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이전받아 폐기물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뉴로지니'를 개발, 네프론 적용에 성공했다. AI가 적용된 재활용 자판기는 세계 최초다.

수퍼빈은 앞으로 지자체 중심으로 협약을 확대하면서 네프론 보급에 주력한다. 네프론은 과천시민회관를 시작으로 과천시청, 과천 문원도서관, 과천 정보과학 도서관, 청소년수련관에 설치된다.

김정빈 대표는 "자라는 딸 아이를 보면서 대기업만이 아닌 독립적인 스타트업도 사회에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대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꼭 성공해 미래 세대의 긍정적 변화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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