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2층 버스 타고 '금문교' 건너봤어요? 바람에 몸이 '흔들'…롤러코스터 같네

입력 2016-11-20 16:44   수정 2016-11-20 16:46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티투어버스 여행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잘 발달된 도시다.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귀여운 친환경 전차인 스트리트카, 클래식한 케이블카 등을 볼 수 있다. 갖가지 교통수단을 타고 가파른 언덕을 따라 가다보면 그 끝에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굳이 관광객 티를 내며 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평소 시티투어버스를 외면하는 이들조차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2층 버스가 바람을 가르며 골든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금문교)를 건널 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한 전율까지 만끽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차이나타운 속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시티투어버스들은 대부분 해안 지역인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시를 순회한다. 여행자들은 그보다 남쪽에 있는 도심 광장인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에서 탑승求?경우가 많다. 주요 호텔과 백화점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유니언 스퀘어를 찾는 관광객들은 가장 먼저 이곳의 상징인 하트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 많은 이들이 조형물을 배경 삼아 자세를 취한다. 행복한 표정의 연인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넨다. 돌아 보니 서로 다른 시티투어버스 회사 직원들이 각자의 장점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노선과 가격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중에서 자세한 시내 지도를 주는 버스회사를 선택했다.

유니언 스퀘어를 출발한 버스는 먼저 바로 옆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향했다. 1850년대 초반 광둥 지역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에 의해 형성된 미국 최대의 차이나타운 중 하나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 금빛 글자가 쓰인 초록색 누각 문을 중심으로 전통 화병 공방, 장신구 가게, 견직물 점포, 차 전문점 등이 길게 이어진다. “낡은 점포에서 청과물이나 고기를 말리는 모습, 커다란 수레에 꽃을 담아 파는 풍경 등 중국인들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현지인이 만드는 딤섬이나 베이징 덕도 맛볼 수 있습니다.” 버스 안 가이드의 설명에 승객들이 버스 난간으로 고개를 내밀고 골목 안을 바라본다. 한자로 쓴 간판이 신기해서인지 서양인들은 모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리틀 이탈리아’라 불러다오, 노스 비치 언덕

차이나타운을 벗어난 시티투어버스는 노스 비치(North Beach)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 지형이 해변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까닭은 1800년대 중반까지 이곳이 해안지대였기 때문이다. 1860년대에 매립된 뒤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거주해 ‘리틀 이탈리아’라고도 불린다. 시티투어버스가 질주하는 언덕길을 따라 이탈리아 식당과 노천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꼭대기에 오르니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인트피터앤드폴 교회(Saints Peter & Paul)가 하얗게 빛나고, 그 너머로 멀리 샌프란시스코 만(灣)이 짙푸른 빛을 드러낸다. 예쁜 언덕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하차 후 걷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젤라토를 한 개 산 뒤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안내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좁은 찻길이 지그재그로 올라가고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화사한 꽃들이 만발해 예쁜 그림을 이룬다. 고갯마루의 큰길로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이름과 달리 노면 전차 형태라서 이색적이다. 언덕 위 풍경에 정점을 찍는 듯한 그 순간을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눈이 마주친 승객들이 활짝 미소 짓는다.

19세기 어부들의 선착장, 피셔맨스 워프

노스비치 정류장으로 돌아와 다시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1일권을 맛沌玖?24시간 이내에 얼마든지 타고 내릴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여러 가지 교통수단은 ‘뮤니 버스’ ‘뮤니 메트로’ 등 ‘뮤니(Muni)’라는 이름이 붙는데,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com)에서 운영한다는 뜻이다. 각각을 따로 이용하는 것보다는 정해진 기간 내에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교통 패스를 사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제 버스는 내리막길을 달려 해안 지역으로 들어선다. 멀게만 보이던 샌프란시스코 만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고, 바닷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수면에는 요트들이 떠다니고 해안에는 물새들과 바다사자가 노닌다. 거리 예술가들의 노랫소리와 부둣가 레스토랑의 요리 향기도 가까이 다가온다. 버스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해안가 최대의 관광지 피셔맨스 워프다.

‘어부들의 선착장’이라는 뜻의 피셔맨스 워프는 19세기에 어부들이 배를 대고 생선을 팔던 곳이었다. 지금은 부두마다 선박 놀이기구 상점 카페 등이 들어섰는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39번 부두라는 뜻의 ‘피어 39(Pier 39)’다. 이곳이 특히 인기 높은 이유는 주변에 바다사자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바다사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가장 신났다. 몽글몽글한 바다사자들은 노곤하게 졸고 있거나, 햇살 드는 자리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목을 빼고 긴 울음소리를 낸다. 오후의 햇살 아래 바다사자의 나른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니 바닷바람이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골든게이트 브리지에서 스릴을

피셔맨스 워프에서 여유를 즐긴 뒤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클라이맥스인 골든게이트 브리지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골든 해협에 놓인 다리다. 다리가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바람이 세고 해류가 빨라 다리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이곳에 현수교 형태의 골든게이트 브리지가 걸린 건 1930년대였다. 당시로서는 길이 약 2800m에 이르는 이 다리가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였다. 다리 위로 올라간 버스가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버스가 달리는 속도에 세찬 바람까지 더해지니 지붕 없는 2층 버스는 롤러코스터처럼 춤을 췄다.

승객들은 손잡이를 꼭 잡고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댄다. 모두 이 상황이 즐거운 모양이다. 다리 양쪽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건너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던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이곳을 지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스치는 속도감을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샌프란시스코=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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