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한국 기업 오프쇼링,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 감소의 원인

입력 2016-11-20 17:45  

이홍식 < 고려대 교수·경제학 >


한국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재 비정규직 비중이 약 33%나 된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그 비중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가 빠르며, 정규직보다 임금 및 대우가 매우 낮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연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별에 관한 것이다.

기업의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글로벌 오프쇼링(offshoring·기업의 해외 업무위탁)은 노동시장, 특히 근로자의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이익이 될까. 본 연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패널 자료, 통계청 자료, 그리고 세계투입산출 자료(World Input-Output Table)를 이용해 그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오프쇼링 대상 국가를 OECD 국가와 비OECD 국가로 나누어 봄으로써 오프쇼링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의 오프쇼링은 기업에 효율성 증대를 가져와 기업 전체 근로자의 임금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그러나 근로자를 고용 형태,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눴을 경우 그 영향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직업에 동일한 능력을 가진 근로자라 할지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에는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셋째, 오프쇼링 대상 국가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OECD 국가로의 오프쇼링은 비정규직 임금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정규직 임금은 상당히 증가시키는 반면, 비OECD 국가로의 오프쇼링은 비정규직 임금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로 오프쇼링하는 기업은 대부분 자본집약적 산업에 속해 고숙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비OECD 국가로 오프쇼링하는 기업은 대부분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해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기업의 오프쇼링이 주로 비OECD 국가로 이뤄지고 있어 이런 분석 결과는 오프쇼링이 소득 불평등 원인 중 하나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현실에서 오프쇼링 등을 통한 기업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 근로자 모두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오프쇼링을 비롯한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진행 과정에서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홍식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이 논문은 <리뷰 오브 월드 이코노믹스>에 실린 ‘기업의 오프쇼링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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