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안종범 공소장
"대통령과 공모" 적시
헌정사 첫 피의자 입건
[ 박한신 기자 ]
현직 대통령이 현행 법률을 위반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최순실 씨(60·구속기소) 국정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공모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공범’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로 입건하고 관련 혐의를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영렬 본부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현재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대통령이 세 사람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본부는 세 사람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이름을 직접 짓고 기금 출연을 ?鄂求?등 불법적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고 적었다.
특별수사본부는 최씨와 안 전 수석, 박 대통령이 공모해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KT 등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53개 회원사에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정부부처·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등 180개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본부장은 “대통령 수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박 대통령을 당장 재판에 넘길 순 없지만 의혹을 규명한 뒤 가능한 시기에 기소하겠다는 뜻이다. 특별수사본부는 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은 강요에 의해 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기금 출연은 강압적인 직권남용 행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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