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업들 불이익 두려워 출연 지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입력 2016-11-20 18:12   수정 2016-11-21 06:11

'최순실 국정 개입' 중간 수사결과

'강제된 설립' 미르·K스포츠재단

재단 명칭, 박 대통령 지시따라 '용 뜻하는 미르'로 결정
300억→500억 기금 갑자기 증액…9개 그룹에 추가 출연 강요

재단 돈 마음대로 쓸수 있게 정관 바꿔 보통재산 비율 늘려



[ 장창민 기자 ]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53곳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반(半)강제적’으로 출연(기부)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기업들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요구에 불응하면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돈을 냈다고 검찰은 결론 냈다. 일단 대다수 기업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은 20일 “기업들이 안 전 수석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두 재단에 대한)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업 분담금 단 1주일 맙?결정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을 움직여 작년 10월과 올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3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반강제적으로 출연하도록 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안 전 수석이 지난해 10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립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수석실 최모 비서관에겐 300억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최 비서관은 재단 설립을 위한 실무 작업을 떠맡았다. 재단 명칭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용(龍)’을 뜻하는 ‘미르’로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별 분담금은 단 1주일 만에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300억원이던 기금 모금 목표액이 갑자기 500억원으로 증액됐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전 수석 등이 증액을 위해 기존 출연 대상 기업 외에 롯데와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9개 그룹에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 이후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의도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모집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각각 1주일 만에 486억원(30개 기업), 288억원(46개 기업)이 걷혔다.

미르재단은 처분이 제한된 기본재산과 보통(운영)재산의 비율을 당초 9 대 1에서 2 대 8로 바꾸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통상 재단법인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뉜다. 기본재산은 재단법인이 법인격을 부여받는 근거 재산으로,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단 이사회 의결은 물론 映뮌?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통재산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미르재단 돈을 이사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는 얘기다.

재단 창립총회 회의록 허위 작성

미르·K스포츠재단 등 두 재단 이사장 등 이사들의 인사권이 최씨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전경련에서 임원들을 추천한 것처럼 창립총회 회의록을 허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일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받지 않고 ‘면죄부’를 받게 돼서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장)은 “미르·K스프츠재단 출연금 성격은 명백하게 강압적인 직권남용에 의한 출연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검찰의 추가 수사에 따라 일부 기업들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여지는 있다.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70억원을 출연한 과정 및 박 대통령과 7개 기업 총수 간 독대에서 오간 대화내용 등에 따른 추가 법리 적용이 가능해서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 관련 지원을 했다는 의혹도 아직 수사 중이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내달부터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며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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