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화재에 대비 가능
"편리하다" 입소문 번져
요양병원·조리원서도 인기
[ 이우상 기자 ]
8년 전 일이다. 정영신 한성B.C.C 대표가 공장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가의 기계에서 불이 났다. 허둥지둥 소화기를 찾았지만 설상가상으로 작동이 안 됐다. 안에 든 분말이 굳어 버린 것이었다. 몇 분 새 기계는 새까맣게 탔다.
“소화기 때문에 불을 끌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정 대표는 주먹을 꽉 쥐며 그때를 떠올렸다. 소방차가 와서 겨우 불을 껐지만 물세례를 맞고 녹슨 기계는 고철로 파는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스프레이형 소화기 ‘이지119’에는 정 대표의 뼈아픈 경험이 녹아 있다.
◆작지만 성능은 뛰어나
한성B.C.C는 2008년 설립됐다. 이지119를 내놓기 전까지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도색용 스프레이(모델명 이지 스킨)였다. 중국 러시아 독일 호주 등 9개국에 수출해 2014년 ‘100만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유사 제품과 경쟁 제품에 비해 품질이 우수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못 썼다. 국내 차량 도색산업이 영세한 탓이었다. 엄격한 규제 탓에 자동차 튜닝 시장이 성장하지 못해서였다.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던 정 대표는 화재 사고의 아픈 경험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지119 무게는 480g 정도다. 스프레이형 살충제와 비슷한 크기 덕분에 한 손으로도 쓰기 쉽다.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우수하다. 기존 소화기처럼 꾸준히 관리할 필요도 없고 살충제를 뿌리듯 쉽게 사용할 수 있다.
◆3m 거리서도 진화 가능
이지119는 가정에서 일어나기 쉬운 식용유 화재에 탁월하다.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식용유 화재에 대응하기 어렵다. 소화 분말이 식용유 표면의 불은 끄지만 식용유 온도를 낮추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36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식용유에는 계속해서 불이 붙는다. 물을 부었다가는 물이 끓어오르며 기름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 오히려 불이 더 번진다. 이지119 소화액은 식용유 온도를 급격히 낮춰 다시 불이 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정 대표는 “식용유 때문에 불이 붙은 프라이팬을 3초면 진화할 수 있다”며 “3m 이상 분사돼 멀찍이 떨어져서 진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분말 대신 액체를 분사하기 때문에 주변 오염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환자·노약자도 편하게 사용
이지119는 지난해 10월 출시 뒤 편리함과 범용성 덕분에 입소문을 탔다. 올 1월에는 마산 애경요양병원이 500개를 주문해 병실마다 비치했다. 힘이 약한 고령 환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병원에 이어 산후조리원 등 노약자 ?많아 일반 소화기를 쓰기 어려운 시설 등에서 주문이 빠르게 늘었다.
이 회사는 올해 이지119 매출을 4억원으로 잡고 있다. 올해 전체 예상 매출(12억원)의 30%를 넘는 수준이다. 정 대표는 무역 경험을 살려 호주로 수출을 시작했다. 캐나다와 중국에서는 제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한성B.C.C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산소캔을 내놓는다. 불이 났을 때 유해 가스로 질식하는 일 없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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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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