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대한민국 봉부(奉府)론

입력 2016-11-21 19:10  

정부는 다스리는 집단 아닌 봉사하는 주체
국민에 봉사하는 봉부로 이름부터 바꾸고
오로지 국민 편에서 국민을 위한 일을 해야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우리나라가 앞으로 헌법 개정의 기회가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政府)라는 이름이 아니라 봉부(奉府)라는 이름을 고려했으면 한다. 영어로는 ‘government’가 아니라 ‘servement’가 된다. 우리 헌법에서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오는 곳은 제7조인데, 여기서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 민주공화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다스리는(政) 사람이 아니라, 봉(奉)사하는 사람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공무원 집단은 국민을 다스리는(政) 정부가 아니라 국민께 봉사(奉仕)하는 봉부로 그 이름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은 사실 봉부 1.0으로 그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 3.0 홈페이嗤?보면, 정부 3.0은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협력함으로써 국정과제에 대한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스린다는 의미의 정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스리는 공무원이 되면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할 이유가 없다. 다스리는 공무원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앨 이유도 없다. 소통·협력할 이유가 없다.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면 달라진다. 국민께 봉사하기 위해서는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국민은 부처 간 칸막이를 만들라고 한 적이 없다. 공무원이 봉사하는 사람이 되면 부처 간 칸막이가 저절로 없어지는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일어나며, 봉사하는 공무원은 소통·협력을 해야 일하기가 더 쉬워진다. 다스리는 공무원은 소통하고 협력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봉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더 일하기가 편하다. 정부 3.0이 지향하는 국민 맞춤형 서비스의 개념도 봉부 1.0이 되면 저절로 해결된다. 국민 맞춤형 서비스는 정부가 선물처럼 주는 것이 아니라 봉부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은 국가와 정부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국민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네스트와 같은 사물인터넷 온도조절계나 한국의 인코어드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에너톡은 국민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쉽게 절약할 수 있도록 해줘 전기료를 아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사회는 전력 공급의 블랙아웃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며 전 지구적으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획기적 수단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런 사물인터넷 허브가 가정의 여러 기기와 연결되면 수도요금 절약 등 여타 자원 및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사회 정책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센서와 사물인터넷이 연결된 쓰레기통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쓰레기 요일 배출제로 고생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요일에 신경쓰지 않고 언제든지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게 되고, 구청 공무원은 쓰레기가 80% 이상 찼다고 자동적으로 연락오는 쓰레기통만 찾아다니면서 치우면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빅데이터가 축적돼 구청은 쓰레기통의 위치, 규모, 쓰레기 트럭의 동선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은 언제나 국민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 기술은 우리 인간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그런데 이것이 공공서비스에 잘 확장되지 않는 것은 우리 공무원이 일하는 집단의 이름을 다스리는 사람의 집단인 정부라고 이름을 지어서이지는 않을까.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공공기관을 가장 효율적으로 혁신하는 방법은 이름을 바꿔주는 것이다.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 기회가 있다면 세계 최초로 봉부를 세우자! 국가는 국민을 다스리는 주체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주체기 때문이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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