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외면하면 30대도 고개를 돌리고, 30대가 관심을 끊으면 40대를 잡기도 어렵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오래된 격언이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주 수요층인 40대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40대의 선택을 받으려면 20대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20~30대의 중요성이 배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동차 수요 감소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6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 보유 대수가 줄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09년 가구당 자가용 보유 대수는 1000가구당 1414대로 5년 전인 2004년보다 2.2% 감소했다. 특히 50세 이하 자동차 보유는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20~30대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율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이유는 단순하다. 청년 실업률 증가로 구매력이 떨어진 데다 대중교통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자동차를 살 이유가 줄어들었다. 저출산과 핵가족화에 따른 20~30대 인구 감소, 가파르게 치솟는 기름값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즐거움의 대체다. 자동차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데 더 이상 집착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대신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자동차 경주만 해도 실제 관람객의 관심은 떨어지는 반면 자동차 경주 게임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4월 미국 미시간대 교통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08년 사이 16세부터 39세 미국 인구의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은 대폭 감소했다. 1983년 17세 청소년 중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은 69%였지만 2008년 50%로 줄었다. 20~24세는 1983년 92%에서 2008년 82%로 축소됐다.
한국도 비슷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 가운데 25세 이하 비중은 2005년 19.2%에서 2010년 13.9%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자의 비중은 6.4%(2005년)에서 7.5%(2010년)로 높아졌음에도 운전면허 취득자는 감소했다.
젊은 층의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온라인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캐나다 자동차 매체인 오토가이드에 따르면 젊은 층은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하며 원하는 차를 찾는다. 부모 세대와 비교하면 무려 40%가량 높다.
하지만 여전히 전시장을 방문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비율은 높지만 직접 전시장에 방문한 뒤 구매 차종을 처음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 모바일 기반의 시승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는 것도 젊은 소비층의 온라인 친숙도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중대형차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불황일 때는 중소형이 견인차 역할을 한다. 전제는 어디까지나 제품 다변화다. 젊은 층의 기호는 40~50대만큼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그들의 취향을 맞추는 일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트렌드 파악이 먼저고, 그러자면 젊은 층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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