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없이 파생 거래…'헤지전용 계좌' 도입

입력 2016-11-22 19:00   수정 2016-11-23 05:25

금융위, 파생상품 경쟁력 방안

옵션거래 승수 절반 낮춰

파생상품 상장절차 간소화, ETF선물·초장기 국채선물 등 다양한 신상품 등장할 듯

증권사 ELS 운용자산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화



[ 안상미 / 이유정 기자 ]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는 기본 예탁금을 걸지 않아도 되는 등 파생상품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선물옵션 거래승수(옵션 거래 단위)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된다. 상장지수펀드(ETF)선물 초장기국채선물 미니달러선물 등 다양한 파생 신상품이 상장될 수 있도록 파생상품 상장 절차도 간소화된다.

◆개인 투자자 진입규제 완화

금융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파생상품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 위축을 불러온 규제를 손보고 파생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투자자 쏠림 우려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장내 파생상품 거래 시 기본예탁금(3000만~5000만원), 의무교육(30시간), 모의거래(50시간) 이수 등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던 투자자 진입 문턱을 ‘일부’ 손질했다. 파생거래 목적과 위험도 등에 따라 기본예탁금과 의무교육 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소액 투자자들도 주가 하락 위험 등을 헤지할 수 있도록 한 ‘헤지전용 계좌’를 도입한다. 이 계좌에서 시장 헤지 목적으로 투자자가 보유한 개별주식 주가지수 등 현물 주식 규모만큼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이때 기본 예탁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선물옵션을 매수하는 경우에는 기본 예탁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췄다. 의무교육시간도 현행 3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였다.

당국은 △파생상품 상장 절차 간소화 △해외지수선물 ETF선물 등 다양한 파생상품 상장 △선물옵션 거래승수 조정 등 방안도 마련했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파생상품 수는 31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7개는 주가지수 상품에 편중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금리 통화 해외주가지수 등 다양한 신상품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스피200선물, 옵션의 거래승수도 세밀한 헤지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 수준에 맞춰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코스피200선물옵션은 기존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은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하했다.

일각에선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 파생담당 연구원은 “거래승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 거래량은 늘어나겠지만 기본예탁금과 의무교육 등 투자자 진입 요건이 여전히 까다롭다”며 “헤지鰥諛窪쨍?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시장 활성화 대책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ELS 조달 자금은 ‘구분관리’

금융위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시장의 건전화 방안도 내놨다. 증권사들의 ELS 운용자산을 증권사 고유자산과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ELS를 발행해 조달, 운용하는 자산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명확한 기준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 현황을 정기보고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특정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급증하면서 증권사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ELS, DLS 발행 증권사와 시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ELS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는 투자자 보호체계도 강화했다. ELS나 DLS를 판매할 때 고령자나 부적합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과정을 녹취하도록 했다. 청약 후 일정기간(2일) 내 철회할 수 있도록 숙려기간도 부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쏠림현상이 심한 ELS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증권(ETN)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안상미 / 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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