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제오메이드 대표는 2012년 집에서 옷을 갈아입다 아찔한 일을 겪었다. 세 살짜리 아들이 장롱 문에 손을 낄 뻔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문과 경첩 사이에 틈이 벌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틈 없는 안전 문을 만들면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 설계 일을 하던 그는 곧바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설계를 마치고 그해 12월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이듬해인 2013년 초 제오메이드를 설립했다.
◆‘ㄷ’자 모양 홈에 모서리 쏙 들어가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으로 선정된 아이도어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 문틀 경첩 부위에 틈이 일절 없게 만든 제품이다.
문이 열리면 경첩 부분에 틈이 벌어진다. 공간이 조금 있어야 문을 닫을 때 문을 감싸고 있는 틀과 꽉 맞기 때문이다. 틈이 없으면 문이 닫히지 않는다. 아이도어는 이 틈을 없애면서도 잘 닫히게 하기 위해 문틀에 ‘ㄷ’자 모양의 홈이 파여 있다. 문을 닫으면 고정면의 모서리 부분이 이 홈에 쏙 들어간다. 문틀과 맞닿는 모서리 부분은 둥글게 처리했다. 문이 열렸을 땐 이 둥근 부분이 틈을 막아준다.
아이도어는 손가락이 끼는 사고만 방지하는 게 아니다. 틈이 없으니 모양도 좋다. 문을 열어놓아도 틈새가 벌어지지 않아 깔끔하다. 문틈 사이로 방 안쪽이 보이지 않아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일반 문에 비해 방음성도 좋다.
손잡이(제품명 아이핸들)에도 안전모드 기능이 있다. 손잡이를 여는 방향과 반대로 돌리면 길쭉한 손잡이가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없게 막는다. 문이 닫히지 않게 끼워 쓰는 도어 패드 역할을 한다. 손가락이 끼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 문이 ‘쾅’ 하고 닫힐 일도 없다. 아이가 있는 집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 소재여서 충격에 강하다.
◆중국 수출도 추진
제오메이드는 제주 호텔과 단독주택 신축 단지에 아이도어를 납품했다. 대구 어린이집 등에도 공급했다.
요즘은 여러 대형 건설사들과 납품을 논의 중이다. 작년 10월부터 대형 건축물 신축 시 출입문 고정부 모서리에 손끼임 방지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규정이 생긴 영향이 크다. 16층 이상 고층빌딩과 30실 이상 오피스텔 등이 대상이다. 일부 건설사 모델하우스에는 이미 제품을 공급했다. 정 대표는 “일찍 특허를 받아 놓은 덕분에 국내 주요 도어업체에서 협력하자는 제안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등으로 수출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문틀은 그대로 두고 경첩 부분만 바꿀 수 있게 개량형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해외는 한국과 시공 방식이 달라 문틀을 바꾸는 게 어려워서다.
아이핸들은 지난 9월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선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게 생활화됐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뒤틀 ?문이 안 열릴 우려가 있어서다.
정 대표는 “건설사 납품이 본격화되면 내년에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며 “건설사 특판뿐 아니라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 시판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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