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강력부 검사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강력부 이환우(39·사법연수원 39기) 검사는 23일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박근혜 게이트'라는 주제어로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이 글에서 “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자체로 탄핵 사유에 해당할뿐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는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 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또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 중 어디에서 수사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다”며 “아직 특검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불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54·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20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검사는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뒤 소추조건이 완성됐을 때 기소하면 되고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수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핑계로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검찰은 국민의 명령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게시글에는 공감 댓글과 함께 “대통령을 피의자로 나오라고 거듭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줘 대통령의 집무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달렸다. 또 다른 검사도 “그런 주장(체포가 가능하다)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해가 변하는 사람들과 달리 올바른 법률가가 할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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