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단으로 간 야구단장
비용절감·후원사 늘리기 솔선, 스키점프대 축구장 등 활용
해체설 돌던 팀 1부 올려놔
내년'3-3-3'목표
K리그 3위·아시아 챔스리그 도전
매출·수익 3배 이상 늘릴 것
[ 유정우 기자 ] “스포츠를 다루는 조직(회사)이라면 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 역량에 집중해야 합니다. 야구든 축구든 ‘프로’라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조태룡 강원FC 사장(52·사진)은 프로스포츠계에서 ‘경영혁신 아이콘’으로 불린다. 올초 잘나가던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 단장직을 버리고 4년째 프로축구 K리그 2부(챌린지)를 전전하던 강원FC 사장직으로 옮겨 K리그 1부(클래식)로 승격시켰다. 강원FC는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6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성남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해 원정 다득점 가산 원칙에 따라 승격했다.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야구단에서 축구단으로 옮기는 ‘모험’을 한 이유는 익숙함을 버린 것일 뿐 달라진 건 없었어요. 선수들은 믿고 맡기면 제 몫을 다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었는데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강원FC가 부활한 배경에는 야구판에서 검증받은 ‘조태룡식 시스템 경영’을 접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맨 출신인 조 사장은 프로야구 전문회사 (주)서울히어로즈(넥센히어로즈)를 5년여 만에 연매출 200억원대의 흑자 회사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그는 “기업이든 스포츠구단이든 경영자는 선수들이 원없이 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사람이지 승률과 실력을 높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합리·실용·혁신’의 문화를 자리잡게 해주는 게 경영자 역할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영 혁신이란 것도 최소한의 기반을 갖췄을 때 가능한 일이다. 2008년 창단한 강원FC는 올초만 해도 ‘차라리 해체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했다. 도민 주(株)로 공모한 자본금 90억원은 완전히 잠식돼 있었다.
조 사장은 “강원도민이 주인인 구단을 정상화하려면 신의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했다”며 “우선 ‘단돈 1원’도 헛되게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직원과 임원이 비용을 과감히 줄이고, 서로 점검할 수 있도록 결제 과정을 투명하게 바꿨다. 조 사장은 유럽과 남미 등 승강시스템이 잘 갖춰진 해외 선진 축구 시장에 출장 가는 경비를 사비로 해결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해 90억원에 달하던 관리 비용의 25%를 줄였다.
혁신적인 공간 마케팅도 펼쳤다. 백미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유휴공간 활용이었다. 쓸모없는 공터로 방치됐던 이곳을 ‘전용구장급’ 경기장으로 바꾼 것이다. LED 조명과 가변좌석을 갖춰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라운드와 좌석 간 거리도 5~10m로 좁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리도록 했다. 세계 최초로 스키점프대와 축구장이 만난 이 프로젝트는 강원FC가 강릉 춘천 원주 속초 등 4곳 종합운동장 외에서도 홈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해줬다.
구단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후원사들의 관심도 커졌다. 후원사는 기존 10여개에서 25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기적의 승강 드라마’를 쓴 강원FC의 내년 목표는 ‘3-3-3’이다. 조 사장은 “K리그 성적 톱3에 진입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할 것”이라며 “구단 경영도 안정화시켜 매출과 수익을 모두 세 배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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