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비박 비상시국회의서 탄핵하기로 했다"
야당 "환영"…정치권, 내달 초 탄핵안 발의 예상
[ 박종필 기자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했고 새누리당도 배신했다”며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김 전 대표가 탄핵 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탄핵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헌법을 심대하게 위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탄핵을 직접 주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나뿐만 아니라 비상시국회의에서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탄핵 추진 시기에 대해선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12월 초 탄핵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탄핵 추진 이유에 대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이것 ?대한민국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국회의 탄핵 절차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야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대표가 대선 전선에서 후퇴해 탄핵 전선으로 왔다”며 “같이하길 바라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탄핵 가결 정족수가 채워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외에 새누리당에서도 2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 전 대표는 탄핵 가결 가능성에 대해 “숫자를 계산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김 전 대표의 탄핵 추진 선언을 계기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30여명에 더해 추가로 탄핵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가능성을 열어 놓은 채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진 않았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탄핵 추진 과정에서 찬성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탈당 카드를 활용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또 “대통령제 하에서 5년마다 한 번씩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괴로움을 겪지 않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평가는 부정적이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여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보수세력과 새누리당 지지층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박 악?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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