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치 실패로 경제적 자유가 최대 위기 맞았다"

입력 2016-11-25 16:55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서울총회 학술대회

규제완화·노동개혁이 내우외환 극복의 길
포퓰리즘 입법으로 재산권 침해하면 안돼



◆ 정치 실패와 경제 위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인한 대내외 혼돈을 극복할 해법을 찾기 위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물결 속에 위기에 몰린 ‘경제적 자유’를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추계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당선 등으로 나라 밖 상황이 급변했고 안으로는 예상치 못한 리더십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내우외환 속에서 한국 경제가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11월 24일 한국경제신문

☞ ‘혼돈의 세계’다.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질서의 급변이 예고된 가운데 안으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 사회 전체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치 질서는 어지럽고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나라의 백년대계는 생각하지 않고 인기영합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포퓰리스트들이 부상 중이다. 침몰해가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에 속한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자유의 복원’이 그 첫걸음이라고 지적한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가르는 요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는 모두 230개국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잘사는 나라도 있고 못사는 나라도 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답은 생산능력 차이에 있다.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가 재화나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론 한 사람이 1시간 일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생산성)의 차이가 격차를 낳는다. 그렇다면 생산성은 무엇이 결정할까? 경제학자들은 △근로자 1인당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되는 장비의 양(물적자본) △근로자들의 몸속에 체득된 지식과 기술(인적자본) △근로자 1인당 자연자원 △기술지식 등이 생산성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이들 외에도 보이지 않는 요인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경제자유도’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다. ‘경제자유도’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 인적자본과 기술지식을 축적하게 하고 창의와 혁신을 부추窩막館?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경제자유도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정도’다.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삶의 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 캐나다, 덴마크 등은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나라다. 국민 삶의 질도 대단히 높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빈곤에서 허덕이는 것은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의 수탈 때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사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인센티브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자유도가 낮은 게 아프리카 국가들이 못사는 이유라는 얘기다.

“경제적 자유의 억압이 일자리를 줄인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는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세계 자유주의 경제 석학들의 모임이다. ‘2017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지난 23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150여명의 학자들은 위기 극복의 해법은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경제원,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바른사회시민회의, 한국규제학회, 한국제도경제학회, 기업법률포럼, 컨슈머워치, 정규재TV가 함께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서강대 교수)은 “경쟁과 자유에 바탕을 둔 자유 시장경제만이 (성장의) 기적을 낳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이 같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 법률이 경제 활동을 억압하고 기업가정신은 축소되면서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국내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까지 확산되면 경제적 자유가 더욱 제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늘 위기에 몰린다는 얘기도 나왔다. 복거일 사회평론가는 “자유주의는 대중을 출현시키지만 대중은 역설적으로 자유주의에 적대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 양극화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일회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덮을 수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연구소장은 “중·고교나 대학에서도 자유주의의 개념에 대해 충실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자유도 추락한 한국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한국의 경제 자유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에서 규제개혁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야당은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법, 하도급법 등 규제법안이 쏟아지면서 영세업체 등 새로운 피해자만 낳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재산권 침해를 막아야 할 국회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 같은 ‘정치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권의 법률만능주의를 막기 위해 헌법에서 경제적 자유 보호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성장률이 20여년간 하락한 것은 과다한 규제, 기업가정신의 후퇴 때문”이라며 전면적인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권력이 제한되지 못하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연구 결과”라며 “작은 정부에 기초한 법체계를 지향해야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위기가 올 때마다 한국은 늘 업그레이드됐다”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몽펠르랭 소사이어티는 70여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내년 총회는 한국경제신문사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린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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