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삼성' 계기될 수도…분위기 쇄신 위한 개편 가능성
[ 이진욱 기자 ]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전자의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초 단행한 사장단 및 임원 정기 인사를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일정 소화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이 내달 6일 열리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현재 그룹 법무팀과 함께 청문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지성 부회장의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장충기 사장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인사와 조직개편은 해를 넘겨 1월 중순에도 단행될 수 있지만 이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3~4월까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 활동이 90일로 보장되고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조사와 특검에 주요 임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불려다닐 경우 인사뿐 아니라 내년 사업전략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부품 및 바이오사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 당시 1월 정기인사를 5월로, 4개월 가량 연기한 바 있다. 조직 쇄신을 위해 전략기획실 폐지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함께 실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승진 대상자인 삼성 직원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정상대로라면 내년에 맡을 직책에 대해 알아볼 시기지만, 올해는 워낙 많은 일이 발생해서 당장 내일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명분으로 '이재용식 삼성' 만들기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
2008년 위기 이후 조직 쇄신에 나선 사례처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축소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신상필벌에 기초한 과감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줄줄이 일이 터진 상황에 정상적으로 인사가 이뤄지겠나"라며 "삼성 내에서도 정기 인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계획대로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 LG그룹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계열사별로 이달 30일~다음달 2일 사이 실시된다.
올해 인사에서는 조성진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장(사장)에게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린다. 업게에서는 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전자 1인 대표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현재 조 사장과 정도현 경영지원총괄 사장, 조준호 무선(MC) 사업본부장(사장)의 3인 대표체제다.
TV 사업을 이끄는 권봉석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부사장)의 승진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를 실패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조 사장은 구조조정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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