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인재 양성·연구개발 '올인'하고
정부·기업은 환경 조성 공들여야
[ 최승욱 기자 ] 과학기술은 한 나라 국력의 척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삼성전자의 성장은 우리나라 경제력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그룹 매출은 국가 예산의 70%와 맞먹고, 직원 수는 25만여명에 달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투자 덕분에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2014년 기준으로 총 연구개발비 세계 6위, 국내총생산 대비 총 연구개발비 세계 1위, 연구원 수 세계 6위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기술자립 기반이 상당 부분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과학기술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한 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있는 획기적인 원천기술의 개발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데도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은 정권에 따라, 부처 수장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개발은 정부와 기업, 대학이 한 축을 형성, 수레바퀴 돌 듯이 진행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과학기술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간 지속돼 온 내수 경기 위축, 보호주의 확산이란 내우외환의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향후 30년, 100년을 책임질 과학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 핵심은 원천기술 개발과 미래먹거리 사업이다.
미국은 전기차 개발과 시장 확대를 위해 연방정부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4개 국책연구소와 5개 대학, 2개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 짧은 주행거리와 느린 충전 속도를 해결할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이 성공하려면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그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연구 주제가 창의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면, 최소 10년 혹은 그 이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역할 및 개입 영역 최소화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적 전략과제인 대형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소형 기초연구사업은 글로벌 프런티어 원천기술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돕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대학은 학습 중심의 기초 연구와 함께 글로벌 프런티어 원천기술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가장 적합한 과학기술 행정체제와 기관별 기능 적합도, 적합한 연구개발 관리조직 등을 고민하고 효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크다. 이런 거버넌스 정비로 절약된 재원들이 신진 연구자들의 장기 소형 기초연구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는 원천기술 개발 자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사회적 풍토나 분위기로 인해 제기되는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말한다. ‘과정’보다는 ‘성과’로만 판단하고, 성과의 경제성에 따른 차등 지원 등을 손꼽는다. 과학기술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연구 도중에 지원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그간의 연구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연구 의욕 상실,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는 핵심은 일관되고 체계적인 과학기술 정책에서 시작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대학에서 연구자들이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는 우수 대학들을 만나봤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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