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적 계산…꿈 깨라"
[ 은정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개헌 논의를 놓고 대선주자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자 문 전 대표는 ‘정치 꼼수’라고 반박했다.
손 전 대표는 2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 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고 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손 전 대표는 “탄핵이 중요한데 개헌으로 물을 흐린다고도 한다는데 그렇지 않다”며 “그들은 옛 체제를 어떻게 청산할지에 대해선 아무 관심도 없이 오로지 국민이 만들어낸 절호의 기회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개헌론에 교묘한 물타기가 있다”는 문 전 대표의 지난 25일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 잠룡인 김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특정인이 된다 만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김 의원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나 문 전 대표 등이 개헌론을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너무 지나친 주장”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응하는 게 정치권의 임무”라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연 기자회견과 한 카페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시국대화에서 “지금 개헌을 말하는 분들의 정치적 계산이 보인다”며 “꿈 깨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국민이 주체가 돼 논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헌법 조문부터 시작해 기본권 조항까지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는데 곁불을 쬐면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는 개헌 논의는 안 된다. 그건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것으로 일부 정치인 중심의 개헌 논의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친박(친박근혜)·친문 진영을 제외한 세력 간 연대를 언급한 것에 대해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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