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거국내각 구성…내년 4~5월 '질서있는 퇴진' 검토"

입력 2016-11-28 19:09  

원로들 이어 친박도 수습책 제시…'3차 담화' 주목

친박 긴급 회동 "탄핵보다 명예로운 퇴진이 바람직"
청와대 "헌정 중단 안된다고 한 적 없다…결심은 대통령 몫"



[ 장진모/박종필 기자 ] 여권 핵심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의 3각 파도에 직면한 박 대통령은 탄핵 표결 전에 대국민 담화 등 ‘최후 변론’을 통해 이 같은 정국 수습책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아주 엄중하고 중요한 한 주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탄핵 움직임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 질서 있는 퇴진 건의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함께 자신을 피의자로 지목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4~5월께 물러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물러나나 저렇게 물러나나 마찬가지”라며 “탄핵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최후로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이날 서청원, 정갑윤, 최경환, 유기준, 홍문종, 윤상현, 조원진 등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이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청원 의원 측은 “탄핵된다면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 대외 신인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탄핵 없는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하야(下野) 또는 퇴진 요구를 거부해온 청와대는 “차라리 헌법적 절차로 논란을 종식시키자”며 탄핵 배수진을 쳤다. 여기엔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론이 돌아설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비등한 여론과 국정조사, 특검 등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청와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조기 퇴진을) 건의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께서 결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참모들이 여러 가지 판단 자료를 드릴 수 있지만 최종 결심은 대통령 몫”이라며 “지금으로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여야 정치권 원로들은 지난 27일 박 대통령에게 4월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치권에도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무총리 추천 △개헌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여야 정치력 발휘 등을 촉구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헌정 중단은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이 여전히 유효한가’란 물음에 “그런 입장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가능성을 열어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정라인 붕괴되나

박 대통령은 이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7일 만에 수리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김 장관을 간곡하게 설득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은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는 반려하거나 수리하지 않고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법률 참모인 최 수석의 전략적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은 최 수석의 사표를 받아만 두고 처리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 수석이 여전히 사의를 굽히지 않아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을 설득하기 위해 보류 방침을 결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의 ‘사표 보류’에 대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사의 뜻을 접고 계속 일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에서 사정(司正)라인의 핵심 장관이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정권 내부가 급속히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진모/박종필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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