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포뮬러원(F1) 최종전이 열린 지난 27일(현지시간) 두바이 오토드롬 서킷. 로즈버그는 이날 1위를 한 메르세데스AMG페트로나스 팀 동료 루이스 해밀턴에 0.439초 뒤졌다. 이날 두바이GP 우승컵은 해밀턴이 들어 올렸지만 주인공은 로즈버그였다. 그는 올 시즌 드라이버 점수 1위(385점)로 해밀턴(380점)을 5점 차로 제치고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예전의 니코가 아니었다. 이날 결선은 시즌 최종전답게 경쟁이 치열했다. 예선 1위를 한 해밀턴이 결선에서도 맨 앞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2~4위 다툼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适儲仄榴?2위로 출발한 뒤 거센 추격전을 맞았다. 첫 번째 상대는 인피니티레드불레이싱팀의 막스 베르스타펜이었다. 두 머신은 서로를 수차례 추월해가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했다. 로즈버그는 포디움 수성이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해밀턴이 1위를 한 상황에서 자신이 4위 이하로 떨어지면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해밀턴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신은 베르스타펜을 떨쳐내기 위해 격렬한 몸부림을 쳤다.
지난해까지 로즈버그는 중요한 순간에 압박감을 극복하기 못하고 추월을 허용하는 장면을 여럿 보여줬다. 이 때문에 그에겐 ‘자동문’, ‘만년 2인자’, ‘유리 멘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번 결선에서 로즈버그는 이 꼬리표를 확실히 잘라냈다. 그는 베르스타펜을 뿌리친 뒤 이어 달려든 같은 팀의 다니엘 리카르도의 공격도 방어했다. 마지막으로 3위에 오른 차지한 스쿠데리아페라리말보로팀의 세바스찬 베텔의 추월시도마저 뿌리치면서 2위 자리를 지켜냈다. 로즈버그와 베텔의 간격은 0.403초에 불과했다.
한 순간의 실수, 실수가 아닌 틈만 보여도 베텔과 리카드로, 베르스타펜이 우르르 그를 앞지를 태세였다. 이런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단지 머신의 경쟁력이 이들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단해진 멘탈로 철벽같은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을 해낸 로즈버그의 두 손 끝에서 나온 것이었다.
로즈버그에 밀려 올 시즌 준우승에 머문 디펜딩 챔피언 해밀턴은 “공정한 경기였다”며 승부를 인정했다. 그는 로즈버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두 선수는 “내년에 다시 한 번 승부를 겨루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로즈버그는 F1 역사도 새로 썼다. 그와 그의 아버지 케케 로즈버그는 데이먼 힐(아버지 그라함 힐)에 이어 두 번째로 대를 이어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부자(父子)가 됐다. 케케 로즈버그는 1982년 F1 월드 챔피언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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