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NS·해외쇼핑·불효까지 감시…'빅브러더 사회'로 가나

입력 2016-11-29 19:27  

Wide & Deep

사회적 신용평가로 13억 인구 통제

빅데이터로 일상 관찰
해외직구 잦으면 공기업 취업 못해
소송 휘말리면 교통 이용 제한
개개인에 점수 매겨 활동 제약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
성장 둔화로 내부 반발 기류
공산당 지배체제 강화 겨냥
기본권 침해 논란 커질 듯



[ 베이진=김동윤 기자 ] 해외 직접구매로 외국산 물건을 자주 구매하는 사람은 애국심이 낮은 국민으로 간주돼 공공기관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으면 자녀가 학교를 선택할 때 불이익을 당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1984》에나 등장할 법한 풍경이 2020년부터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지 모른다. 중국 정부가 ‘신용사회 건설’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신용평가 시스템’이 13억 중국인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해 공산당 통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 2020년 빅브러더 사회 구축 목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의 대도시 항저우에 사는 천리는 최근 학생용 교통サ藥?지하철을 타려다 적발됐다. “딸에게 주려고 산 교통카드를 실수로 그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지하철 보안 관계자에게 “개인 신용평가 점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 항저우에선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2020년 전국 시행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신용평가 시스템 시범도시로 항저우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사회적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융거래 정보와 담보물이 없는 개인이나 소상공인도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납세실적,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용 실적, 교통법규 위반 등과 같은 공공정보뿐 아니라 온라인 제품 구매 기록, 호텔 및 항공권 예약기록, 보험료 납부기록 등의 빅데이터를 집대성해 개인 신용도를 점수화하는 방식이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텐센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중국 최대 민간 보험사 핑안보험 등 8개 기업이 이미 사회적 신용평가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점수 낮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렇게 매겨지는 사회적 신용평가 점수는 금융회사 대출뿐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생활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 사법당국은 개인의 사회적 신용평가 점수와 연계한 일명 ‘블랙리스트’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신용평가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취업, 해외여행, 자녀의 학교 입학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신용평가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공항 보안검색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거나 공공기관 취업 및 승진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을 준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항저우의 한 여행사 대표는 부동산 소유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이유로 신용평가 점수가 하락해 고속철도나 항공기 표 구매가 금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업도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개별 기업 및 소상공인의 납세실적, 관련업종 법규 위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신용평가 점수를 산출한 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컨설팅회사 제이캐피털리서치의 앤 스티븐양 대표는 “신용평가 시스템이 구축되면 중국이 마오쩌둥 시대의 감시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평가 참여키로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고 빅데이터 수집·분석 기법이 발전하면서 전문가 사이에선 “빅데이터가 빅브러더 사회(정보를 독점한 정부가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사회)에 일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빅데이터가 빅브러더 사회 구축에 악용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라고 평가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거대 인터넷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데다 정부의 통치 스타일이 권위주의적이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프라이버시(privacy)’를 뜻하는 ‘인스(隱私)’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도 1990년대 중반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사회적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의 목표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 강화라는 분석을 내놨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경제성장세가 급속히 둔화하고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대되자 위기를 느낀 중국 공산당이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작년 7월 사회안전을 해치는 활동에 대해 시민의 신고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국가안전법’을 시행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신국가안전법은 국가안전 수호 임무와 책임, 국가안전제도, 국가안전 보장, 국민과 조직의 의무와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 6월부터 국가의 인터넷 공간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사이버 보안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두 개 법안은 모두 정부의 개인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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