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야 "한치 흔들림 없이 탄핵절차 진행"
총리 추천·박 대통령 퇴진 시점 등 '산 넘어 산'
개헌 문제까지 겹쳐 정치력 시험대 올라
[ 유승호 / 박종필 기자 ]
여야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퇴진 시점과 퇴진 때까지의 국정 운영 방안, 차기 대선 일정 등에 관한 논의를 국회로 넘겼다. 정치권이 풀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려면 새 국무총리 임명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대통령 선거 일정, 개헌 등에 합의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각 정당과 계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쟁점들이다. 정치권이 합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은 탄핵 일정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탄핵 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탄핵에 찬성해 온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여야가 대통령 사퇴 시한을 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다음달 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가 대통령 퇴진 협상에 나서더라도 과도 내각을 이끌 총리 추천부터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총리 인선이 중요하다”며 “야권에서 거국내각 총리를 협의해 추천하고 국회에서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선 탄핵, 후 총리 추천’이다. 국민의당도 총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는 않다.
박 대통령 퇴진 시점을 언제로 정할지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차기 대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헌법에 따라 60일 안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퇴진 시점을 앞당길수록 차기 대선은 야당에 유리한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바닥에 내려온 만큼 대선을 앞당길수록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대선이 일찍 치러지면 여권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출마를 준비할 시간도 짧아진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선을 최대한 늦추려 하고 있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내년 상반기 안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며 “최순실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고 당을 분당 위기에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까지 더해지면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선 후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이다. 개헌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중 어느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협상보다 탄핵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협상 당사자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내에서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질서 있는 퇴진에 의견 일치를 보더라도 실제 퇴진은 내년 3~4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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