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배당 기준으로 '잉여현금흐름' 들고 나온 이유는?

입력 2016-11-29 23:11  



(노경목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가 29일 주주 환원정책을 발표하며 그 기준을 잉여현금흐름으로 제시했습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에서 세금과 투자비, 인수합병(M&A) 활동에 따른 비용 등을 뺀 돈입니다. 이 돈의 50%를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에 쓰겠다는게 삼성전자의 입장이죠.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의 기준은 주가입니다. 주가를 기준으로 배당에 쓴 돈이 얼마인지를 평가하는 ‘시가배당률’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시가배당률 대신 잉여현금흐름을 제시한 것은 배당을 늘리라는 외국인 투자자와 인수합병 등을 위해 현금을 비축하려는 회사측의 줄다리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고 나온건 2013년 11월 투자자포럼부터입니다. 당시 배당을 늘리라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요구에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 대비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비율을 점차 끌어올리겠다고 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후 이같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2012년 8.1%에 불과했던 잉여현금흐름 대비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비율은 2014년 16.5%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30~50%까지 이 기준을 올렸으며 이번에 50%까지 상향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시가배당률 기준을 적용하면 여전히 빈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당 배당은 2만8500원으로 29일 삼성전자 종가 167만7000원을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률은 1.7% 정도입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인 1.8%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2013년 배당을 요구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치인 2.5%는 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주주들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전환 과정에서 M&A와 연구개발비 투자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성장의 과실이 투자나 고용이 아닌 주주가치 증대에 많이 쓰인다는 건 국민감정으로 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잉여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정책은 장점이 있습니다. M&A 등 각종 투자 활동까지 끝내고 남은 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을지가 상당히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유연성도 높은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의 계획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얼마나 만족시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찬성표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달 엘리엇은 주당 24만5000원의 특별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잉여현금흐름 기준으로는 75%의 주주환원을 요구했습니다. 삼성전자 안과는 여전히 격차가 큽니다. (끝) /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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