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내다본 장기 육성전략은 전무
사상누각 되기 전 기초부터 다져야
설동성 < 한국드론산업협회 부회장 >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드론을 매개로 하는 신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드론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적극 다루고 있다. 국민에게 알릴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드론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국민적 관심이 확산된다는 것은 드론의 대중화, 미래 드론산업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들 기관은 왜 경쟁하다시피 드론 사업에 뛰어들고 있을까.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드론에는 기동성, 융·복합성 등 사업화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반면에 주변 환경 적용 가능성, 경제성, 기술적 한계 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요소들도 있다. 정부 부처 등은 이런 요인들을 종합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봤을까? 소요 예산도 만만치 않다. 드론 운용인력 확보도 과제다. 고가의 드론을 구입했는데, 정작 운용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용도에 맞는 장비를 갖추지 못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우후죽순 열리고 있는 드론페스티벌도 독창성을 찾기 힘들다.
드론을 다루는 정부조직은 어떤가. 규제, 산업, 연구개발, 비행승인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 간 경쟁심리가 작동하고 실적에 얽매이면 조급한 마음에 섣부른 정책, 설익은 사업구상만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다.
드론에 대한 논의 양상을 보자. 드론 관련 간담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거창한 말뿐이지 드론 발전의 밑그림에 대한 생산적인 공론화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간담회 의제도 천편일률적이다. 국내외 드론 현황, 미래시장 규모와 일자리 전망, 드론산업 육성대책 등이 단골 주제다. 이처럼 드론 관련 논의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드론 발전 기본전략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드론은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해서 단기간에 뜨지 않는다. 드론 제조업만 해도 그렇다. 국제 드론시장은 중국, 미국, 프랑스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 업체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전략 없이 그저 드론 선진국을 모방해 따라잡겠다는 욕심만 앞설 경우 ‘우르르 모였다가 와르르 흩어지면서’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실정에 맞는, 한국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드론을 장기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부터 제대로 논의를 시작하자. 규제, 산업, 연구개발과 관련한 유기적인 협업체제가 필요하다. 드론 관련 통합조직 신설이 어렵다면 컨트롤타워 시스템이라도 갖춰보자. 또 실적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실적에 얽매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무리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드론계에 희소식이 들렸다.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드론 활용 사업범위도 택배 등으로 확대됐다. 반면 안전을 도외시한 지나친 규제 완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2023년 드론 강국 세계 3위 목표’ 같은 장밋빛 청사진만 남발하지 말고 지금까지 드론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자.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두르지 말자. 잘못하면 한국 드론이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 채 고꾸라질 수 있다.
설동성 < 한국드론산업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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