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원전 사고 키운 관료주의에 경종

입력 2016-11-30 18:01  

'판도라'는 어떤 영화


[ 유재혁 기자 ] ‘판도라’는 풍부한 자료조사를 통해 복잡성과 심각성이란 두 가지 관점에서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접근, 사실성을 확보했다. 복잡성이란 값싼 에너지원으로서의 긍정적인 측면과 관료주의에 기인한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낡은 원전을 가동해 사고를 유발한다. 낡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지진으로 곧 정지되고 내부의 열이 급상승해 폭발하고 만다.

현장 소장은 일찌감치 원전의 위험성을 보고하지만, 효율을 강조하는 실세 총리와 관료들에 의해 묵살된다. 젊은 대통령은 정의감이 있지만 상황을 뒤늦게 파악하고, 판단 착오도 범한다.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 총리의 주장대로 방사능 가스를 빨리 배출시키면 폭발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그만큼 빨리 피폭된다. 대통령은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려고 주민 소개령을 내리지만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피하기 어렵다.

그 사이 원자로가 폭발해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재난은 전국으로, 이웃나라로 확산된다. 영화는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을지 관객을 고민하게 한다.

관료주의로 재난이 악화되는 상황도 포착한다. 불을 끄느라 물을 다 쓴 소방차들이 물 보충을 위해 본부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렇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곁에 있는 바닷물을 끌어다 쓰면 되는데도 관료들이 이를 불허한다. 바닷물을 사용하면 원자로의 재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또한 원전 사고는 피해가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극 중 위기의 해결사는 대통령도, 관료도, 소방수도 아니다. 민초 영웅들이다. 원전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원자로 내부로 뛰어든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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