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내년부터 문과 학생들이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Coding)’ 수업을 개설한다. 문과생을 위한 빅데이터 수업도 신설된다.
서울대는 내년 1학기부터 비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소프트웨어(SW)·빅데이터 수업을 개설한다고 1일 밝혔다. ‘컴퓨터과학적 사고와 실습’과 ‘빅데이터의 이해’ 두 과목이다. 서울대 기초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기구인 기초교육원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달 28일 두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채택했다.
이공계 영역이던 코딩이나 빅데이터 분석에 대해 높아진 문과생 관심을 반영한 조치다. 55명 정원의 서울대 컴퓨터공학 복수전공 신청자는 2013년 22명에서 올해 145명으로 매년 급증세다. 이 중 70% 가량이 비이공계 출신일 정도로 문과생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문과생이 마음 놓고 들을 수 있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존 수업들은 전부 공대 전공과목이어서 문과생들이 섣불리 수강하기 쉽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 공학 복수전공을 위해 사설 학원을 찾기도 했다.
서울대는 6개월 가량 강의 설계 끝에 두 수업을 만들었다. ‘컴퓨터과학적 사고와 실습'은 인간의 사고체계와는 다른 컴퓨터의 12가지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을 배운다. 파이선(Python) 등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조립식으로 생각하기(composition)’ ‘상태나 값으로 생각하기(induction&recursion) 등 컴퓨터의 문제해결방식을 배우고 실습을 통해 이를 체득하는 방식이다. 강의를 설계한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스킬을 전달하는 과목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마음의 도구’를 이해하고 실습을 통해 컴퓨터과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게 수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의 이해’ 수업에선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들을 배우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기회 창출이 가능한지 배운다.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기존 빅데이터 수업들은 수학, 통계학, 프로그래밍 선수 과목을 요구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이 수업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빅데이터가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는 점차 문과생을 위한 공학 강의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년에 우선 한 강좌씩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수요가 많으면 강좌 수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해당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선정하진 않을 예정이다. 고려대, 서강대 등 코딩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전교생이 수강하도록 한 다른 대학과는 다른 결정이다. 이재영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은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지금 어느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해당 과목 수강을 강제하기 보단 매년 새로운 과목을 개설해 보다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고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강의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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