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장기화 '불똥' 튄 시멘트업계

입력 2016-12-01 18:02  

"시멘트 운송 차질…피해액 2000억 달해"

화물열차 운행률 40%로 뚝
트럭으로 시멘트 나르지만 출하 늦어지며 재고 쌓여

서울 건설현장도 공기 지연



[ 김정은 기자 ]
1일 오전 서울 수색역 사일로(시멘트 저장고) 앞엔 시멘트를 싣기 위해 벌크시멘트트럭(BCT)들이 모였다. 어제 간신히 절반가량 채워넣은 5000t 용량의 사일로 1호기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동났다. 시멘트를 싣지 못한 트럭 기사들은 고함을 쳤다. 지난 9월27일 시작한 철도노조의 파업이 유례없이 장기화되면서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소 대비 40%까지 떨어졌다. 국내 시멘트의 철도운송 비율은 40%다. 건설현장은 시멘트 부족으로 공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철도 대신 트럭으로 수송

업계는 급한 대로 열차 대신 트럭으로 시멘트를 실어나르고 있다. 한 덤프트럭 기사는 “장거리 운송이 늘어나면서 예전엔 하루에 다섯 탕(다섯 번 수송) 뛰었는데 이젠 두 탕만 뛴다”며 “10년 넘게 일했는데 사일로 바닥까지 시멘트를 긁어모은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업체는 시멘트를 생산한 뒤 화물열차에 실어 전국 사일로로 보낸다.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내륙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의 철도운송 비중은 58%에 달한다. 열차로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시멘트 양은 1000t이지만 BCT는 25t에 불과하다.

파업으로 출하가 계속 늦어지면서 재고가 쌓이자 시멘트 업계는 생산량까지 줄이고 있다. 해상 운송을 늘리려고 해도 시멘트와 같은 대용량 화물을 내릴 수 있는 항구가 정해져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건설현장에도 불똥

불똥은 서울과 수도권 등 주요 건설현장으로 옮아붙고 있다. 시멘트 공급이 달리자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업체들은 출하량을 30%가량 줄였다. 레미콘 타설 및 골조작업은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이 작업을 할 땐 고온을 유지해야 하는데 열풍기를 돌리면 비용이 10% 더 든다. 시멘트가 굳으면서 결빙이 생기면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철도파업 때문에 원가가 올라가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시공사가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 위례 하남 등 대규모 신도시 건축현장에선 더 아우성이다. “최악의 경우 입주 일정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시멘트협회 집계 결과 이날 기준으로 파업에 따른 시멘트업계 누적 피해액은 670억원이었다. 공급 지연으로 인한 레미콘 및 건설사의 손해와 설비정지에 따른 여파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큰 타격받은 시멘트 제조업계

업계는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래그 플라이애시 등 혼합재를 사용한 대체상품의 사용량이 많아졌다. 한 시멘트업체의 임원은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나 가장 좋은 건 노조가 파업을 끝내는 것뿐”이라며 “파업 시 화물열차의 필수운행률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기 파업은 시멘트 제조업계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국회에서 ‘시멘트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자’면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법안이 발의돼 연간 500억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또 내년부터 철도운임이 8.9% 인상되면 시멘트의 철도 운송비용은 올해보다 125억원 증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꺾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내년부터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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