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시장의 새 트렌드…이색 다이어리 ‘붐’

입력 2016-12-02 09:56   수정 2016-12-02 10:09

18개월용부터 작심삼일 콘셉트까지
‘나만의 개성’ 표현하는 액세서리로 자리 잡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면 서울 한복판 대형 서점의 문구 판매대 한편에 신년 다이어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핫트랙스에서 다이어리를 30분 넘게 고르던 김아영(26) 씨는 “12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구입하는 게 다이어리인데, 올해는 디자인과 기능이 더욱 다양해져 고르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것보다 다이어리가 더 잘 맞는 것 같아 매번 다이어리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다이어리 붐이 일고 있다. 문구 업체 모나미의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전체 문구 시장 규모는 연 3조 원 안팎의 규모다. 다이어리 시장은 최근까지도 스마트폰 앱의 발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이벤트가 인기를 끌면서 다이어리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제작한 다이어리는 35만 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고, 추가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이벤트가 지난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한정판 다이어리는 품귀 현상을 빚거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한정판 다이어리 붐이 대중의 관심을 다시 종이 다이어리로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면서 펜과 종이 달력도 덩달아 수요가 늘고 있다.

◆ 다이어리의 부활… 4300여 종 판매 중

다이어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스마트폰 다이어리 앱과 달리 직접 손으로 쓰고 펼쳐서 읽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여겨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문구 업체들은 최근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에 공 들이고 있다. 모나미는 국민 볼펜 모나미의 고급 버전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작으로 고급 라인을 출시했다. 동아연필은 가죽 연필 세트를 700세트 한정 제작했다.

1년 중 다이어리가 가장 많이 팔리는 4분기(10~12월)에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만 월평균 4300여 종의 다이어리가 판매된다. 이 기간 다이어리 판매 매출이 핫트랙스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한다.

다이어리 중에서는 양지사 제품이 고르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관계자는 “양지사 다이어리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디자인 문구 브랜드 ‘디자인 곰곰’의 캘린더도 많이 판매된다”며 “특히 프랭클린플래너의 경우 가격대가 높은 고급 다이어리군에 속하지만 판매량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다이어리와 함께 사용하는 자석 북마크나 스티커도 눈길을 끌며 다이어리 붐에 한몫하고 있다.


◆ 작심삼일이 뭐 어때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

몰스킨의 ‘포켓 다이어리’는 18개월 동안 사용 가능한 다이어리로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급 가죽 소재의 몰스킨 다이어리는 예쁜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몰스킨 다이어리 수집가’를 양산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프랭클린플래너는 시간 관리라는 기능에 중점을 두어 직장인이 많이 사용한다.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장기간 사용하는 충성 고객이 많다. 하루 일과를 정해놓은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시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나만의 다이어리 사용법이나 활용법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프랭클린플래너를 5년째 사용하는 직장인 박모(29) 씨는 “제품이 출시되는 11월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라며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의 디자인이나 기능을 강조할 뿐 아니라 다이어리 속 콘텐츠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기발한 아이디어의 다이어리도 있다. 한번 결심하면 3일은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의 ‘작심삼일’ 다이어리는 총 2권으로 되어 있으며, 일러스트가 직접 참여해 페이지마다 문구와 그림이 다양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 연말연시 선물로 인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로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구 업체들이 매년 다른 디자인, 다양한 기능을 갖춘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다이어리를 달력처럼 세워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형태부터 18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나 분기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다이어리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주현주 한경비즈니스 인턴기자 guswn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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