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세계 미디어 기관이 선정하는 이슈들 중에는 한국 뉴스시장과 조응하지 않거나 무르익지 않은 것들이 꽤 있다. 이용자가 웹 사이트 등에서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애드 블락'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11월14일 선정·발표한 ‘2017년 10가지 주요 이슈’는 다르다. 크게 보면 우리 시장도 글로벌 시장과 동조화한다는 세간의 진리가 확인된다. 특히 이번에 정리한 이슈들은 비슷하게 겹치는 것들이 많다.
첫째, 광고제작 흐름의 변화다. 언론사와 광고대행사 관계가 상당히 무너지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이 네이티브 광고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광고주를 설득할만한 스튜디오가 필요하다. 내부 리소스가 부족하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외부의 협력자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질문이다. 효용적인 전략은 한국시장에선 포털 과점으로 무망한지 오래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구글 AMP, 애플 뉴스 등도 사회 인프라나 한국의 뉴스 생태계에선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페이스북처럼 우선 순위에 둬야 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대형 광고주들 중에서) 전통적인 포털 플랫폼을 의문하는 상황이 빈번히 목격된다.
셋째, 가장 어려운 것이 수익 다각화 이슈다. 전통 미디어든 온라인 미디어든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은 콘텐츠와 광고다. 김영란법 이후 광고주들은 위축되고 있다. 정치상황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디어 정책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문제는 철저한 분석이다. 내부에 연구인력이 부재한 전통매체에서 '전략'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이다.
넷째,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는 숙제 같은 것이다. 해야 하는데 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크라우드 펀딩 미디어들의 약진은 있지만 규모가 큰 전통매체에겐 매력적이지 않은 이벤트로 비쳐진다. 그러나 독자들과 콘텐츠 가치를 놓고 긴밀히 소통하고 그 가치제고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이전엔 신뢰회복이 키포인트이지만 말이다. 넷플릭스 영상이나 스포티파이의 음원 이상의 가치가 뉴스에 있음을 증명해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네이티브 광고다. 앞으로 인기를 더 얻을 것이지만, 그리고 세계 뉴스 미디어들 중에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기존 광고부서와 그 영업의 주도권이 강하다. 조직의 재편이 필요하다.
여섯째, 한국현실에서 다소 더디거나 그냥 흘러가버릴 가능성이 있는 VR(가상현실) 분야는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미 선진적인 매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일곱째,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언론사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부분이다. 언론사 연합은 몇 차례나 좌절했다.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여덟째, 뉴스 브랜드를 높이는 방안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변수와 연결돼 있다. 정치과잉, 분단프레임 같은 비정상적 조건은 언론사의 외연을 넓히는데 아직은 거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 분산 미디어 환경에서 '브랜딩'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슈다.
아홉째, 정확한 매체력 측정이야말로 레거시 미디어의 바람이다. 포털사업자와 협상에서도 이 부분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도 여전하다. 포털은 이용 데이터를 사업대외비라는 관점에서 내놓지 않고 있다. 광고주들도 언론사의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스스로 시장 지위를 확인해보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끝으로 미디어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JTBC가 불과 수년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사회적으로 정립한 것만 보더라도 이 산업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JTBC 뉴스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한 것은 수많은 매체가 흔적도 없이 경쟁하는 환경에서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JTBC가 뉴스를 포털로 생중계하고 소셜을 강화한 것은 어찌 보면 지엽적이다. 저널리즘의 원칙보다 더 강력한 혁신은 없다. 그게 가장 안되는 것이 한국언론이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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